M&A열기 이젠 전통제조업이 주도
미신경제 불안감 확산-내재가치 투자늘어
기업간 인수합병(M&A) 열기가 신경제 관련 기업에서 전통제조업체로 옮겨가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인터넷ㆍ통신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간 인수합병은 시들해진 반면 구경제 제조업체에 대한 M&A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저널에 따르면 구경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올들어 10월말 현재 총 3,220억달러를 기록, 신경제 기업에 주도권을 뺏겼던 지난해 2,800억달러를 크게 앞지른 상태다.
특히 지난 10월의 경우 이 규모가 전달대비 10배가 넘는 1,000억달러에 달해 증가세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구경제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규모가 사상 최고치인 98년도의 4,190억달러를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구경제 기업의 인수합병 활성화는 신경제 기업 성장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며 투자자들이 내재가치가 큰 전통제조업체로 눈을 돌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투자자들이 한번의 대박보다는 꾸준한 이익창출이 예상되는 이들 기업들의 합병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 총 450억달러에 달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허니웰 인수나 350억달러 규모였던 셰브론사의 텍사코 인수는 그 대표적 예.
또 이 같은 수백억달러 규모의 우량기업간 인수합병뿐만 아니라 중견 알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도 큰 폭의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월가의 외면을 받는 동안 인수가격이 크게 낮아져 인수합병 후 영업이익, 주식상장 등을 통해 큰 차익이 기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은 올들어 2억5,000만~16억달러 대에 인수합병이 성사된 기업 가운데 내재가치보다 약 30% 가량 낮게 거래된 경우가 전체의 40%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5,000~2억5,000만달러 사이의 기업 중에는 7년후 투자원금을 뽑을 수 있는 알짜 기업에 대한 거래가 대다수였던 것으로 메릴린치측은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저널은 전 GE의 임원이던 존 블라이스톤이 회장으로 있는 SPX사의 제너럴 시그널사 인수를 꼽았다. SPX사는 산업용 밸브 등을 제조하는 제너럴 시그널을 인수한 후 일부 사업부문을 주식시장에 상장, 투자금의 20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신경제 기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닷컴 기업이 속속 문을 닫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구경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통기업에 대한 매력이 증가하면서 매수자금의 대부분을 매수할 기업이 자산 등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LBO방식의 인수합병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순욱기자
입력시간 2000/11/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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