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당한 주주의 권리?

“주주님. 이제부터 녹취를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만난 한 코스닥기업의 공시 담당자는 주주들의 악성 항의 전화에 대해 이같이 말을 한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상승장에서 소외된 회사의 경우 주주들에게 하루에도 여러통씩 주가가 왜 오르지 않느냐는 항의성 전화가 걸려온다”며 “이를 응대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대부분의 주주들이 통화를 시작하자마자 욕설을 섞어가며 주가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따져 물으면서 다른 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통화를 길게 끌며 괴롭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질문엔 일절 대답하지 않다가 통화내역을 녹음해 대응할 법적수단을 찾겠다고 하면 욕설을 자제하고 길게 끌던 전화를 끊는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가운데 자신이 투자한 종목은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컸을 투자자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거나 덜 오르는 것에 대해 주주의 한명이라는 익명성 속에 숨어 공시담당자에게 화풀이 하듯 전화로 괴롭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으로서 앞으로의 주가추이를 예측하기 위해 공시담당자와의 통화 등을 통해 업계에 돌고 있는 소문이나 사업 진행현황 등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하지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고 해서 회사에 전화해 욕설 등을 퍼붓고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주주의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니며 기업의 주인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채권이나 예금과 달리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며 그런 주식에 투자를 하는 순간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판단을 내린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에 비해 주식투자 문화가 많이 성숙해졌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보다 업그레이드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선 투자 손실을 회사가 주가를 관리하지 않은 탓, 즉 남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투자자들이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성숙된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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