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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열심히 기능을 개선했는데, 고객들은 절반 정도 밖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아이폰은 조금만 바꿔도 엄청나게 주목하는 것일까?” 얼마 전 CES를 다녀 온 국내 휴대폰 제조사의 전문가들이 했다는 말입니다. 아이폰 출시 시연회 때만큼의 열기가 자신들의 브랜드에는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였습니다. 아이폰은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스펙의 변화, 기능 추가만으로도 온라인 상에서 엄청난 이슈가 되는 반면, 국내 브랜드들은 수많은 편의성을 고려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그 기능이 주는 이득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국내 브랜드와 아이폰의 차이는 결국 ‘사용자 경험’에 있다고들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쓸 때 편안하고 유용하다는 측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기를 갖고 있는 사람의 일상이 얼마나 가치있게 바뀌었느냐의 문제인 것이죠. 그런 점에서 애플은 항상 ‘사용자를 근본으로 하는, 일종의 민본주의(民本主義)적 정신을 갖고 있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사용자 리서치의 매뉴얼을 정한 것이 애플입니다. 그 배경에는 90년대 무렵부터 제품을 판매함으로부터 수익성을 얻기보다는 사용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기를 만들자는 스티브 잡스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한때 애플에서 실적 부진을 이유로 쫓겨났다가 ‘토이스토리’를 성공시킨 픽사를 기반으로 역인수를 추진했던 잡스는 복귀 소감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자.(Let our hearts beat again)’ 따지고 보면 동양 사상가인 맹자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참 여러 나라와 싸웠다가 패한 위(魏)나라의 혜왕이 그에게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왕께서는 왜 이(利)를 이야기하십니까? 나라를 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명분을 얻으십시오. 그러면 자연히 그 나라는 작아도 부강한 나라가 됩니다.” 애플이 얻은 것은 사용자들의 가슴이 뛰게 하는 기업, 그들의 마음을 사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진 명분입니다. 수많은 사용자들은 다른 브랜드의 핸드폰과 아이폰을 굳이 비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인 것입니다.
각 나라마다 ‘아이폰’ 다루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세대 간에 매체 기반 소통을 도모하는 도구이자 자신만의 휴식을 위한 핸드폰으로 여기는 한편, 영국인들은 전통과 습관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한답니다. 한국인들은 이국적인 브랜드에 대한 동경, 또는 생활 속의 작은 명품처럼 여기는 습관 등이 대체적인 아이폰의 이미지를 형성한다고 합니다. 고유명사가 대명사가 되듯,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는 제품이 된 것이죠.
얼마 전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으로 화제가 된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든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선택받는 것은 아니며, 제일 기능적으로 훌륭한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죠. 오히려 소비자 또는 사용자를 향한 배려, 어떤 이익을 갖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자꾸만 ‘보고 싶은’ 경험을 갖고 있는 제품이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휴대폰 업계가 실적 부진과 저가형 모바일 폰 등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가 절감이나 수출 증대와 같은 거시적인 전략을 고민하는 것 못지 않게, 사용자 경험에 대해 깊이있는 분석을 해 보고, ‘명분’과 ‘사랑’을 얻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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