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매력있는 기업 많아야 시장 살아 … 상장 유치에 올인



심사기간 줄여 기업 부담 최소화 … 금융사·공기업 등 독려

글로벌 유동성 끌어들이려면 매매거래 시간 연장 불가피


코넥스 활성화 위해 금소세 대상자는 예탁금 규제 풀수도

"올해 200개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겠다는 목표가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시장을 살리려면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매력적인 기업이 많을수록 시장이 살아나는 만큼 올해 상장 유치에 올인할 생각입니다." 최근 한국거래소 집무실에서 만난 최경수(64·사진) 이사장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침체한 시장을 살릴 수 있을지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2011년 7조원에 근접했던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부터 4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의 외면과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로 국내 증시의 활력이 많이 줄어든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국내 자본시장의 맏형인 한국거래소가 해결해야 할 첫번째 과제다. 거래대금 감소로 한국거래소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차치하고라도 자칫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회원사는 물론 국내 자본시장 자체가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자본시장을 살리기려면 기업공개(IPO) 활성화와 거래시간 연장, 코넥스시장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증시 활성화를 위한 첫번째 방안으로 상장기업 수를 늘리는 것을 꼽았다. 유가증권시장 30곳과 코스닥시장 70곳, 코넥스시장 100곳을 포함해 올해 총 200개의 기업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최 이사장이 밝힌 목표다. 남은 거래일수를 고려할 때 목표달성을 위해 앞으로 하루에 1개꼴로 신규 상장사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최 이사장은 달성 자체가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거래소와 증권사가 함께 시장을 살리는 데 발 벗고 나서보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업계 사정과 시장 상황 등이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면 연초에 제시한 목표 달성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다소 과한 수치를 제시한 것은 그만큼 절실하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량기업을 증시로 이끌어 투자수요를 살리는 것이 침체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설사 목표 달성에는 실패하더라도 최대한의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최 이사장은 우선 그동안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온 한국거래소부터 신규 상장 유치를 위해 발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별 각개전투 형태로 돌아가던 기업공개(IPO) 시장을 거래소가 전략을 제시하고 증권사가 뒷받침하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상장유치부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상장유치는 거래소와 업계가 공동으로 해야 하는 과제임에도 선진시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동안 증권사들이 중구난방식으로 각자 뛰어왔다"며 "해마다 상장유치 실적이 오락가락했던 것도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올해부터는 시장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국거래소 상장유치부가 수행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심사 중심으로 이뤄져온 한국거래소의 상장정책을 우량기업 발굴 중심으로 전환하고 상장준비 전과정에 걸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상장유치부의 올해 목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을 포함해 80곳의 신규 상장사를 발굴하는 것으로 정했다. 유가증권시장은 30대 그룹 계열사와 수익창출형 공기업, 비상장 금융회사 등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코스닥시장은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는 기술주 중심으로 상장유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코넥스시장에서는 지방상공회의소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창업 초기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최 이사장은 "최근 산업단지공단과 상장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한국거래소가 직접 상장유치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올해 목표로 제시한 수치의 40%는 한국거래소가 직접 물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부생명과 BGF리테일이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신청했다. 롯데정보통신과 KT렌탈은 심사청구를 추진하고 있고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도 한국거래소에 상장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포스코에너지와 GS에너지도 한국거래소가 나서 상장을 독려하고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는 증권시장은 물론 상장사에도 수혜가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므로 우량 대기업들이 상장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충분하다는 게 최 이사장의 생각이다. 특히 민간기업과 견주어 시장 경쟁력이 있는 공기업의 경우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시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한국전력·가스공사·중소기업은행이 상장돼 있듯이 공기업도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남부발전이나 중부발전 등 발전 자회사들을 비롯한 수익형 공기업도 자본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년에보다 신규 상장사를 크게 늘리려면 당근이 필요한 법이다. 최 이사장은 시장진입은 물론 상장유지에서도 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대형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상장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시행하고 코스닥시장은 외형요건은 물론 질적 심사 항목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장사들의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수시공시 항목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매매거래 시간 연장도 최 이사장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카드다. 최 이사장은 단순히 거래량을 늘리려는 목적에 치우치기보다 글로벌 유동성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매매거래 시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자본시장에는 국경이 없는데 바다 밖의 유동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거래시간 연장이 대표적인 방법으로 글로벌화되는 자본시장에서 이는 생존의 문제"라고 전했다.

현재 아시아에서 국내 증시와 경쟁하고 있는 싱가포르·상하이·홍콩 증시는 장 마감시각이 우리보다 늦다. 매매거래 시간을 연장해 이들 증시와의 중첩대를 넓히면 그만큼 아시아 이외의 자금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유로존 대부분의 국가는 매매거래 시간이 8시간 혹은 8시간30분씩 되는데 이는 같은 지역에서 경쟁하는 다른 국가에 글로벌 유동성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며 "단순히 거래시간을 한 시간 늘리는 것만으로도 상하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증시와 동조화하는 효과가 있고 이는 결국 해외 유동성을 국내 증시에 더 오래 잡아두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우선 상반기 중 시간외거래시장의 매매거래 단위를 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3시10분부터 3시30분까지는 정규시장 종가로 거래되고 이후 6시까지는 30분 단위로 단일가 거래가 이뤄진다.


최 이사장은 "우선 종가로 거래되는 시장을 4시까지 연장하고 가격도 ±5% 선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조정할 계획"이라며 "이후 단일가매매 부분도 현행 30분 단위에서 10분이나 5분 단위로 줄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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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이사장은 "시간외거래시장에서 가격결정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시간 단위도 세분화하면 변동성 확대에 따른 거래횟수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규시장 연장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 경영진이 정규시장 연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게 최 이사장의 생각이다.

최 이사장은 "정규시장 연장은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회원사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하는데 최근 몇몇 증권사 대표를 만나보니 긍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실무진이 각 증권사와 정규시장 연장 문제에 대해 협의 중이나 증권사들도 노조와의 문제 등 검토할 사안이 있는 만큼 시간외거래시장을 우선 연장한 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출범한 코넥스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현안 과제다. '코넥스-코스닥-유가증권'이라는 구조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코넥스시장에서 될 성부른 떡잎을 키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넥스시장이 살아야 자본시장 전반에 활기가 돌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이사장은 우선 수요 측면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시장참여자를 다변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개인투자자 중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현행 예탁금 3억원 이상이라는 제한을 없애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벤처캐피털의 코넥스시장 투자한도 폐지나 하이일드펀드의 코넥스 투자유도, 성장사다리펀드 조성 등으로 기관투자가의 코넥스시장 유입은 올해부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개인투자자에게 시장을 어느 정도 개방할지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거래 활성화만 놓고 보자면 현행 3억원인 개인투자자 예탁금 기준을 1억원 정도로 낮추고 싶지만 코넥스시장의 경우 활성화 못지않게 투자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정부 당국과 국회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며 "다만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현행 예탁금 기준을 가져가면서도 위험감내 능력이 충분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 코넥스시장 투자를 허용해 개인투자자의 시장유입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He is …

△1950년 경북 성주 △경북고, 서울대 지리학, 서울대 행정대학원,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숭실대 경제대학원 경제학 박사 △1973년 행정고시 14회 △2001년 재정경제부 국제심판원장 △2002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2003년 중부지방국세청장 △2003년 조달청장 △2006년 계명대 경영대 부교수 △2008년 현대증권 사장 △2012년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 △2013년~ 한국거래소 이사장

지수사업 활성화 … 거래소를 돈 버는 종합금융사로

■최 이사장의 비전

민영화로 수익구조 다변화 필요

최경수 이사장이 조직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거래소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거래소의 중장기 비전으로 세계 7대 거래소 진입을 꼽은 것에도 최 이사장의 의지가 묻어 있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접근은 거래소사업 자체가 하나의 시장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그래야 거래소가 돈 버는 종합금융회사로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세계거래소연맹에 가보니 주요 선진시장의 거래소는 민영화된 기업으로 수익창출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더라"며 "자본시장의 국경이 없어지면서 결국 돈을 벌지 못하는 거래소는 퇴보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코스피200지수 공동 마케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새로운 수익 창출의 일환이라는 게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한국거래소의 지수사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 남짓에 불과한 반면 미국과 유럽 선진시장은 많게는 40%에 달한다"며 "코스피200지수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 S&P와의 협력으로 마케팅 강화에 나서면 지수사업의 성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해제 역시 거래소 산업의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최 이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다 보니 해외를 향해 뛰고 있는 선진 거래소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며 "민영화를 통해 보다 신속하게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4일 국채 3년물 매매 시스템이 2시간여 동안 중단되는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전산사고에 대해 최 이사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전산 시스템의 안정성은 거래소의 신뢰를 넘어 자본시장 자체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거래량이 많지 않고 일부 기관들로 한정된 국채시장에서 사고가 터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전산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감시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과 함께 외주를 하청업체에 다시 발주하는 정보기술(IT) 업계의 관행도 크게 작용했다"며 "거래소 자체적으로 IT 관련인력을 충원하고 자회사 코스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동호기자

대담=한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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