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침은 일단 준수해야 한다. 법 위반을 인지하면서도 정면으로 맞섰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 처리가 아니다. 정부의 행정 기능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최소편의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정단체가 이해관계를 내세워 정부에 맞선다면 법치주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결정에 대한 제약사들의 항변에는 귀담아 들은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공정위 스스로 '1원 응찰은 불공정 덤핑 거래'라며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과광고 게재 명령을 내린 적도 있다. 흔히 신규진입자의 입찰시장 참여를 배제하거나 입찰기관이 우월한 지위인 경우 나타나는 1원 응찰과 낙찰은 또 다른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파장은 음미해볼 대목이 적지 않다. 갈등을 사전에 대화를 통해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시간이 충분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사안이 불거진 지난해 7월 이후 반년 동안 공정위와 제약사들은 도대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저가낙찰제가 적격심사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몰랐다면 직무태만이고 간과했다면 대단한 배짱이 아닐 수 없다.
서로 원칙론을 주장하며 맞서는 치킨게임 속에서 국가유공자들을 주로 진료하는 보훈병원들의 약값 부담이 증가하고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제약업계는 일단 공정위의 결정을 받아들이되 공정위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생산적인 흐름이 나타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