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2/벨기에 진출 중공업 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거미줄 물류망」 활용/유럽중장비 생산거점 “도약 나래”/현지인 딜러체제 구축… 올 굴삭기 1,000대 판매 목표/“중대형 모델 등 곧 개발” 제2공장 건설에 박차도벨기에 브뤼셀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30여분 달리면 항구도시인 앤트워프시가 나온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구 등 4∼5개의 주변국 항구도시가 인접해 있는 벨기에내 주요항구도시중 하나다. 이곳에는 세계최대의 중장비업체인 미 캐터필러를 비롯 일본의 히타치등 세계적인 중공업 업체들이 들어서 유럽내에서도 손꼽히는 중장비 생산단지다. 또 다국적 신발회사인 나이키가 이곳을 유럽지역 물류중심지로 삼고있다. 특히 캐터필러는 이곳에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 유럽전역에 중장비를 판매하는 유럽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주요 중장비업체들이 앞다퉈 이곳에 생산거점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은 유럽전역을 커버할 수있는 물류중심지이라는 점 때문. 항구도시여서 본사로 부터 부품수송이 원활한데다 반경 2백km안에 독일·네덜란드·룩셈부르크등 주요시장이 위치해 있어 차량운송도 가능하다. 부피와 중량이 큰 중장비특성상 생산코스트보다 물류코스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곳은 유럽내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곳에 생산기반을 마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이점을 활용, 유럽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에서 결정된 것. 부지 7천여평, 건평 2천2백여평 규모로 들어선 현대중공업 유럽중장비공장(Hyundai Heavy Industries Europe N.V.·HHIENV) 정문에 들어서면 건물정면에 그려진 초록색과 노란색의 현대로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공장전체를 뒤덮은 굉음소리와 초대형 조립장비들은 누구나 손쉽게 중장비공장임을 알게 한다. 이 공장은 지난해 「굴삭기로 유럽을 파헤치자」는 대야망의 첫발을 내딛었다. 모두 1천5백50만달러를 단독투자, 지난 95년 12월 준공한 이 공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럽현지생산에 나섰다. 가동첫해인 지난해 굴삭기 생산량은 1백30대 안팎. 그리 많지않았지만 올해 5백대, 내년에 8백대등으로 생산규모를 크게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여기에 국내수출분을 포함해 올해 1천여대, 98년에 1천7백대의 굴삭기를 판매한다는게 현대의 계획이다. 이 공장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전성상무는 『중장비의 EU(유럽연합)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공장을 정상화시켜 성공적인 해외투자 사례로 만들 계획』이라며 『현대굴삭기에 대한 유럽내 인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가능성에 따라 98년부터 1천5백만달러를 추가로 투자,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3만평의 부지에 건평 3천평 규모의 제2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전상무는 『이를통해 2000년까지 현지생산 1천6백대에 수출분을 포함해 모두 3천1백대를 판매, 세계 10대 중장비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HHIENV는 이같은 목표에 맞춰 판매전략을 마련해 놓고있다. 현지 채용인인 조스헤르만 영업담당부장은 『40개 딜러체제로 동·서유럽을 모두 커버하고 있지만 올해안에 이를 60개 이상으로 늘리고, 판매망도 지역특성에 맞춰 재정비해 매년 판매량을 30∼40%씩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체제도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지 부품조달 체제는 그 핵심. 경기침체로 유럽내 중장비시장이 최악을 상황을 맞고 있어 부품현지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현재 부품의 80% 이상을 국내에서 도입, 원가를 낮추는데 어려움이 많아 올해는 이를 40%대로 낮출 예정이다. 또 후레임부분은 노동력이 값싼 루마니아에서 가져와 사용할 방침이다.』 이창섭 생산담당부장은 부품현지화와 함께 현재 생산중인 5개 굴삭기 모델을 중대형 전모델로 확대하고 휠로더의 본격적인 생산에도 나설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궤도식 굴삭기 13톤과 20톤제품의 경우 국내수출분을 포함해 유럽내 시장점유율이 5%대에 달할 정도로 판매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HHIENV의 직원은 주재원 5명과 현채인 56명등 모두 61명. 올해는 이를 1백58명으로 2배이상 늘리고, 2000년까지 2백50여명이 목표다. 『현대는 종합기계산업인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것 때문에 이미 유럽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인데다 현대굴삭기가 기능면에서 선진국제품 못지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HHIENV를 2000년 이내에 유럽굴지의 중장비공장으로 육성해 중공업 세계화의 중심축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상무의 말에서 국내중공업계를 개척한 현대중공업이 세계시장 개척에 나섰고, 그 중심에 HHIENV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인터뷰/전성 벨기에공장 대표/“제품 우수성 인정… 매출 2배 확대 자신” 현대중공업의 벨기에 현지공장(HHIENV)대표인 전성상무는 부지선정에서 매입, 공장건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직접 챙겼다. 그래서 그는 이 공장을 조기정상화해야 한다는데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전상무는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된 완제품굴삭기를 포함해 모두 3백대가량을 판매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5배 이상 팔 계획』이라며 『시장이 침체돼 쉽진않겠지만 목표는 반드시 달성할 방침』이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경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유럽시장이 침체돼 신규수요 발굴이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상황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유럽내에서의 점유율이 그리 높지않은 만큼 판매할 시장은 충분하다고 본다. 판매망을 정비하고 딜러망을 늘리면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수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4∼5년차 기능직의 경우 연봉 3만∼3만5천달러선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임금인상폭이 매우 낮아 임금수준으로 비교할 땐 한국보다 여건이 좋은 셈이다. 지난해 이곳 정부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이 2%로 정해져 우리도 이 부분만 인상시켰다. ―선진국제품과 비교할 때 현대굴삭기의 경쟁력수준은. ▲「로벡스3」등 신제품의 경우 기능면에서 선진국 어느제품과도 뒤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는 중가브랜드의 이미지가 구축돼 있다. 현대자동차가 이곳에서 피아트보단 비싸고 폭스바겐과 비슷한 가격대에 팔리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현지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 있다면. ▲각 부문 담당부장직을 현지인들에게 맡기고 있으며 한국주재원들은 현지인들밑에서 조정역할을 담당토록 하고있다. 특히 현지인부장이 명령을 내리면 주재원들은 따르도록 지시했다. 능력에 맞게 현지인들을 우대해주고 있다. 이에따라 아직 현지인과 주재원간에 큰 마찰이 없다. ◎윌리다산 벨기에 딜러/“무서 유창조 정신으로 시장개척 계속” 현대중공업의 벨기에 딜러인 윌리다산씨는 현대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아들인 한스다산씨를 다른 회사입사를 말리고, HHIENV에 입사시켰을 정도다. 그의 판매회사는 또 다른 경쟁사 딜러에는 없는 자체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의 이같은 애착은 벨기에 시장에 현대굴삭기를 처음으로 판매한데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초기의 고생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다. 특히 벨기에시장을 개척했다는 자긍심은 현대에 대한 애착을 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 다산씨는 『지난 90년 한국에서 첫제품이 선적됐을 때 소비자들이 HYUNDAI라는 브랜드를 거의 몰랐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시장을 개척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젠 소비자들이 현대굴삭기하면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도 저렴한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현대굴삭기의 벨기에내 시장점유율은 15% 안팎으로 선진국제품 못지않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1개딜러 체제인 벨기에에서 모두 그가 거둔 성과다. 『히타치 딜러를 하는 친구로 부터 우연히 정보를 얻어 현대딜러가 됐는데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낀다』며 『현대가 품목만 다양화하면 판매량을 더욱 늘리수 있다』고 자신한다.<앤트워프(벨기에)=이용택>

관련기사



이용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