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동부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매각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또 동부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동부익스프레스 매각도 확정되는 등 동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의 공동 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동부하이텍 인수 의사가 있는 국내외 기업에 매각안내서(티저 레터)를 발송했다. 매각안내서 발송 대상은 독일 보쉬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 해외 업체 3곳과 LG그룹 등 국내 업체 2곳을 포함해 총 5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안내서 발송에 이어 인수의향서를 받은 뒤 이르면 다음달 입찰을 거쳐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동부하이텍의 새 주인이 누가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는 최근 자동차의 정보기술(IT)화가 급진전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동부하이텍의 주력 제품인 아날로그 반도체가 자동차용 반도체로 폭 넓게 쓰인다는 점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파운드리의 경우 동부하이텍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갖춘 LG전자 역시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 양산 및 테스트용 파일럿 라인을 확보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업체 중 LG전자 외에 인수 후보로는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삼성전자 출신의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하는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혔지만 "동부하이텍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보쉬가 동부하이텍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대자동차의 대응도 주목된다.
동부그룹이 매각할 동부하이텍 지분은 37%로 현재 시가총액 기준 1,000억원 남짓으로 추산되며 자산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할 경우 인수가격은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동부그룹이 동부하이텍과 함께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익스프레스는 사모펀드인 KTB 프라이빗에쿼티에 3,000억원에 매각될 예정이다. 이는 동부그룹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 중 첫 번째 성과다. 동부익스프레스는 화물운송 등 물류사업과 고속버스·렌터카 등 여객사업을 하는 물류업체다. 동부익스프레스 우선인수대상자인 KTB 프라이빗에쿼티는 최근 교원공제회 등 투자자들로부터 3,000억원을 모집했으며 매각이 성사되면 동부익스프레스의 최대주주인 동부건설은 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제안한 상태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을 받지 않았으며 인수 관련 공식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인수 여부를 검토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