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은 발표 직전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인물이다. 아시아계로는 최초여서 놀라움을 더하게 한다. 유력 정치인도 경제인도 아닌 의대 교수 출신의 한국계가 백인 금융인이나 정치인들이 도맡아온 자리에 지명됐다. 그럼에도 미국 언론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들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상적인 인선"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지명한 것은 세계은행 총재를 왜 미국이 독식하느냐는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제3세력에 대한 대응이자 무마책이다. 세계은행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 총장이 지명된 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서조차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을 보면 참으로 절묘한 카드이다.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놓고 현재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나 이변이 없는 한 김 총장의 선임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세계적 인물들이 거론됐던 자리에 김 총장이 지명된 것은 한국인으로서 가슴 뿌듯한 일이다. 반기문 유엔 총장 사례와는 또 다르다. 김 총장은 이민자로서 아이비리그 대학교 총장에 올랐고 이제 더 크게 한국계와 한민족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쾌거를 이뤘다.
그의 어깨는 무겁다. 김 총장의 금융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우리는 그가 역대 어느 총재보다도 세계은행을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활동하며 시야와 마인드ㆍ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세계은행이 빈곤국과 개도국 분야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본다면 김 총장의 그런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세계은행 내에서 중국ㆍ브라질 등 신흥강국들의 불만과 도전을 여하히 소화해 기구의 위상과 역량을 높이느냐가 그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김 총장이 출중한 리더십을 발휘해 다시 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