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국채 30년물에 1억원을 투자한 자영업자 김모씨는 손절매를 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당시 2.95%의 금리에 매입했지만 현재 30년물의 유통금리가 3.34%까지 치솟아 0.4%포인트가량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매입했지만 유통금리가 너무 올라 매각 여부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채권금리가 더 오른다면 지금이라도 파는 게 좋지만 만일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가 불거져 안전자산인 채권이 강세를 보일 경우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하반기 국채 30년물 등 장기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매각 여부를 고민하는 가운데 장기채의 금리가 내년에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은행권의 커버드본드의 발행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어서 장기채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채권이지만 우선변제권과 이중상환청구권을 보장해줘 금융채와 국채의 중간 정도 위험성을 갖는 채권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 파산할 경우에도 투자자가 담보를 통해 우선적으로 원리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했고 국회 통과를 남겨두고 있어 내년께 은행권의 커버드본드 발행이 허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은행의 내년 커버드본드 발행 물량은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10년 이상의 장기물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한 데다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의 대규모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 은행은 이에 따라 부동산대출(모기지)을 담보로 중장기물의 커버드본드를 대규모로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이 가계대출로 활용한 자금은 단기성인 예ㆍ적금이어서 가계대출의 연체가 증가하면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며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상품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 자금이 중장기성으로 바뀌게 돼 가계부채에 따른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국내 은행 총자산(2,000조원)의 4% 수준인 80조원가량이 커버드본드로 발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커버드본드가 대량으로 발행되면서 내년 장기채의 금리가 크게 오를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커버드본드 일부를 시장에서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늘어나는 공급에 비해서는 수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채권 장기물 시장의 수급 상황을 보면 커버드본드의 대량 발행으로 공급 부담이 커졌다"며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내년에 3.4%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커버드본드가 국채와 같은 안전성을 보유하진 않지만 장기채의 수요를 일정 부분 가져갈 수 있다"며 "내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해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3.6%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