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ㆍ배급사가 영화 직접 만든다

대형 투자ㆍ배급사가 최근 잇달아 영화 제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투자ㆍ배급사가 영화 제작에 나선 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자체제작 영화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장기적 계획 하에 촬영에 임하고 있어 구별된다. 올해 이처럼 영화 제작에 나설 투자ㆍ배급사는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청어람, 쇼이스트 등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화에 투자하거나 극장 배급을 전문으로 해 왔던 대형 업체들이 감독과 배우 등을 기용, 영화제작에까지 직접 손을 뻗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돼 찬반 목소리가 분분하다. 이와 함께 대형 배급사가 제작-배급-상영을 책임지는 할리우드식 일괄 제작 시스템이 국내에 도입될 지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열 업체는 5일 김승우-김정은 주연의 `불어라 봄바람(감독 김형기)`을 선보일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 시네마서비스는 자체 영화 제작을 담당할 내부 부서를 신설하고 김상진 감독을 제작본부장으로 영입, 이러한 `인 하우스 시스템(In House System)` 방식의 첫 영화로 `불어라…`를 개봉한다. 차기작으로는 김상진 감독의 `룸메이트(가안)`를 택해 10월 중 크랭크 인에 들어갈 예정. 또한 향후 한해 약 1~2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와 영화 배급시장을 양분중인 CJ엔터테인먼트도 코미디물 `위대한 유산`을 기점으로 자체 제작 영화를 등장시킨다. 역시 연간 한 두 편 가까운 영화를 자체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 계획. 10월 24일 개봉할 `위대한 유산`은 `백수` 창식(임창정 분)과 미영(김선아 분)을 앞세운 코미디물로 `본 투 킬`, `총잡이`의 조감독 출신인 오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투자ㆍ배급사 청어람도 첫 자체 제작 작품으로 휴먼 코미디를 표방한 `효자동 이발사`를 준비중이다. 배우 송강호와 문소리가 주연을 맡을 이 영화는 소박하게 살아가던 한 이발사가 대통령의 전속 이발사가 되면서 빚어지는 갖가지 소동을 그린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연출부를 거친 임찬상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 달 크랭크 인에 들어간다. 투자ㆍ배급사 쇼이스트의 첫번째 제작 작품인 `올드보이`역시 촬영을 마치고 10월경 개봉을 기다린다. 쇼이스트는 투자, 배급, 수입 등의 업무와 함께 꾸준히 영화제작에도 나설 방침. 쇼이스트는 2001년 `친구`를 제작했던 코리아픽쳐스의 김동주 대표가 올 3월 설립한 신규업체로 최근 개봉했던 `똥개`의 투자 및 배급을 담당했다. `공동경비구역JSA`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올드 보이`는 15년 간 감금된 한 남자 `대수`(최민식 분)와 그를 가둔 남자 `우진`(유지태 분)을 그린 미스터리 액션물이다. 투자 ㆍ배급사 가 제작까지 담당할 경우 이들에게는 수익배분 과정이나 제작 단계, 협상과정 등을 간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불어라 봄바람`의 경우 일반적으로 100회에 달하는 촬영 횟수를 30여회로 줄여 제작비 절감효과를 거뒀다는 후문이다. 또한 안정적인 컨텐츠 공급여건을 확보하고 직접 투자사를 꾸릴 여유가 없는 감독 및 프로듀서들을 영입, 양질의 작품을 개발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국내영화 시장의 주요 투자 및 배급처를 감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체 제작 시스템이 본격화된다면 문제점이 양산될 우려도 크다. 일부 독립 프러덕션에서는 양질 시나리오의 독점 현상을 우려하고 있으며, 업계 전체가 감당해야 할 수업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투자 및 배급망이 수익 환원을 고려해 시스템화 돼 있어 자체 제작으로 인한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투자ㆍ배급 업계의 입장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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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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