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틀고 꼬집고… 현실 풍자극 바람

전현직 대통령 소재 '개구리', 슈퍼갑 다룬 '만두와…' 등<br>정치·사회 비판 작품 잇따라<br>"직설 화법보다 은유 방식으로 깊은 울림주려 노력해야" 지적

전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국립극단의 연극 '개구리'.

슈퍼갑 대형마트를 풍자한 연극 '만두와 깔창'.

최근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 정치적 이슈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연계에 정치 권력이나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담긴 대사는 관객들의 공감을 얻으며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장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작품은 국립극단이 지난 3~15일까지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올렸던 연극 '개구리'다. 연출가 박근형씨가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동명(同名) 희극의 뼈대를 가져다 한국 현실에 빗대 각색한 작품으로 신부(神父)와 동자승이 '한심한 대한민국'을 위해 '그분'을 모시러 저승에 간다는 내용이 골격을 이뤘다.'그분'으로 지칭되는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저승에서 신부와 동자승으로부터 '이승으로 내려가자'는 간청을 받은 '그분'은 "모든 게 운명이죠. 난 벌써 이곳 생활 5년째요"라며 거절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풍운은 '수첩공주'의 아버지로 나왔다. 그는 '딸의 작년 기말 시험 점수 조작'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향해 "부모 없이 혼자 산다고… 옛날 같으면 그냥 탱크로 확!"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누가 들어도 전현직 대통령들을 빗댄 대사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 공연기간 동안 강한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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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10월 13일까지 대학로 예술공간 서울에는 '천암함 랩소디'가 오른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의혹을 다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 중단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연극이 막을 올리는 것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박달'과 조수 '억수'가 다방 아가씨 '연자'의 성화에 못 이겨 영화를 구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천안함 폭침 의혹뿐만 아니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논란 등 정치 현안들을 거침 없이 쏟아낸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배우 명계남을 비롯해 윤국희, 조영길, 홍승오가 출연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애비뉴Q'에선 최근 추징금을 완납하겠다고 발표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가 돋보인다. 몬스터 학교를 짓기 위해 돈을 모으자는 의견이 나오자 "전 전 대통령에게 부탁할까?"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그 사람?", "무슨 헛소리야! 밀린 세금만 대략 1,672억원인데…" 등 깨알풍자가 이어진다.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작품인 만큼 국내에서 번역 과정을 거치면서 거침 없는 입담을 쏟아낸 것이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순을 꼬집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오는 29일까지 세실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땅은 니캉 내캉'은 1951년 6ㆍ25 직후 경남 거창 5개 부락에서 양민학살이 벌어지던 당시 마을 주민들을 향해 가해졌던 고문, 학살, 겁탈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시대의 변화 속에서 그 고통을 고스란히 다시 겪게 되는 민초들의 삶을 담고 있다. 올 상반기 '슈퍼 갑의 횡포'를 풍자해 화제를 불러 모았던 연극 '만두와 깔창'은 10월 3일부터 11월 3일까지 상상아트홀 화이트관에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기업형 대형마트로 인한 재래시장 상인들의 고단하고 힘든 삶을 이야기하면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공연이라는 예술 장르의 특성 자체가 동시대성을 안고 있는 만큼 현실 모순을 꼬집거나 거대 권력에 대한 풍자는 관객에게 폭넓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공연계에서는 그만큼 한국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지만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은유를 통해 세련된 방식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내놓고 있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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