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IPO 조사전문 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올해 현재 홍콩은 14억달러 규모의 IPO를 유치하는 데 그쳐 규모 면에서 8위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1위는 IPO계의 '대어' 페이스북을 유치한 미국 나스닥이 차지했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중국의 차이넥스트가 뒤를 이었다.
지난 10년간 홍콩은 서방세계와 아시아를 잇는 '금융허브'라는 점을 내세우며 대규모 IPO를 유치해왔다. 2008년 NYSE에 1위를 내준 것을 빼고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순위가 8위까지 미끄러져 금융허브라는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됐다.
가장 큰 이유는 홍콩 주식시장이 정경유착 등의 스캔들에 휘말려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있는 점이다. 마크 미하노비치 맥더모트윌&에머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홍콩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문제 삼으며 '홍콩도 결국 중국과 같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ㆍ미디어 등 최근 뜨는 업종과 홍콩증시의 이미지가 쉽게 연관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버지니아톰와이트&케이스 홍콩 법무사무소 상담가는 "페이스북이 나스닥에서 IPO를 실시한 것은 나스닥이 IT와 친근하다는 이미지 때문"이라며 "홍콩증시의 성격은 ITㆍ미디어 기업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홍콩을 최대 IPO시장으로 이끌었던 중국 대형 국영회사의 IPO가 올 들어 없었던 점과 세계적인 불황으로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점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등 IPO시장으로 분류되던 홍콩이 몰락했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온다. 크리스트퍼 베츠 메거&플롬 애널리스트는 "IPO 특성상 대어 하나만 유치해도 홍콩 주식시장은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국영보험사인 인민보험은 60억달러 규모의 IPO를 홍콩과 중국 상하이에서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