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당선인-민노총 대화 무산은 안타까운 일

어제 열릴 예정이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노총과의 간담회가 무산됐다. 표면적 이유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조사에 대한 입장차이지만 밑바닥에는 당선인의 ‘법질서 준수’ 정책기조와 민노총의 ‘투쟁 일변도’ 활동방향의 충돌이 깔려 있다. 새 정부의 노정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고인 것 같아 걱정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반대 불법시위 혐의로 오래 전부터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아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민노총은 지난 22일 간담회 개최에 합의했으며 인수위는 사흘 뒤 이 위원장의 경찰출석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민노총은 경찰서가 아닌 제3의 장소라면 응하겠다고 맞서 결국 모임이 무산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했던 문제인데도 상황이 이렇게 꼬인 것은 양측의 경직된 자세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노총의 책임이 크다. 그간의 행태를 보면 대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 위원장은 연초 “전기ㆍ가스를 끊고 기차와 비행기를 세우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과격하기 짝이 없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발언이었지만 백번 양보해 당선인이 기업인들과 잇따라 만나면서도 노동계에는 눈길을 주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함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치자. 그러나 민노총은 간담회가 확정된 후인 24일에도 대의원회의를 열어 투쟁의 일상화를 선언했다. 만남을 눈앞에 두고 상시투쟁을 내세운 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찰 조사 문제도 제3의 장소가 가능하다면 경찰서 출석도 굳이 못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인수위도 유연하지 못했다. 법질서 확립의 중요성은 긴 말이 필요없다. 그러나 일단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노동계에 변화와 경제 살리기 동참을 직접 요청하고 법과 원칙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인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인수위는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일부 그룹의 총수가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불참의사를 전하자 개의치 말고 참석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민노총에 경찰 출석을 요구한 것은 편향적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어쨌든 당선인과 민노총 간에 대화의 기회조차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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