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이 회사 주가 결정광통신 업체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현상은 크게 두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현상은 기업의 인수합병 활성화이다.
지난 7월 10일 북미지역하이테크 기업간 인수 합병 역사상 최대규모의 계약이 성사되었다. 캐나다의 광통신부품제조업체인 JDS유니페이즈사가 경쟁업체인 미국의 SDL사를 410억 달러 규모로 주식교환 인수키로 하였다. 410억 달러는 내년 SDL의 예상매출의 200배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 인수가 있기 불과 닷새전에는 JDS는 다른 라이벌인 E-TEK 다이나믹스사를 150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그리고 백지화되었기는 했지만 코닝사의 노텔사 광통신부품부문 합병은 그 규모만도 1,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대규모였다. 루슨트에 무려 45억 달러에 인수된 크로마티스라는 신생 광통신장비 업체는 설립된지 불과 2년도 되지 않는 신생기업이었다.
광통신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높은 기술수준을 필요로 하고 세계적인 수요증가에 대응하며 제품이나 제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기업의 인수, 합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광통신 전문 조사기관인 RHK사에 따르면 미국의 동기식광통신망(SONET) 장비와 광전송기술(DWDM) 패킷스위칭, 접속장비 등의 시장규모는 연간 200억 달러에 이르며 또 다른 미국의 통신전문 조사기관인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광통신 시장은 14% 증가하여 59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런 시장에서 대량의 특허를 보유한 선도업체가 되기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는 모습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광통신업체 열풍의 또다른 현상은 IPO(기업공개)에서 나타난다. 테라비트 라우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애비시(AVICI)의 경우 당초 18∼20 달러로 공모가를 결정할 예정이였으나 공개당일 31달러로 낙찰되었고 거래첫날 96.75달러로 마감하였다. 2000년 9월 5일종가는 133달러이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 시장에 등장한 4개의 광통신 업체들은 거래첫날 평균 241%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기업공개 한달 후 주가상승률은 평균 414%로 나타났다.
미국의 신규등록주들이 우리 코스닥 시장과 마찬가지로 찬밥신세임을 고려해볼 때 이들 회사의 선전은 놀랍다. 이런 성공적인 IPO 때문에 벤처자본은 광통신업체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이다.
광통신업체의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인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조용하다. 그 이유는 원천기술의 부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요즘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DWDM기술의 예를 들어보자.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업체는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며, 캐나다 노텔의 기술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국내에서는 원천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으며 일부 업체가 기술판매망임을 내세우고 있는 정도이다.
미국에서 광통신업체는 이러저러한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주가가 유지되는 것은 성장성이 유망한 사업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국내 기업체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 투자자들은 그점을 알고 있다. 결국 성장성이 중요시되는 시장에서는 핵심기술의 보유여부가 그 회사의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박민수 씽크풀 조사분석팀장입력시간 2000/09/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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