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덴소배에서 이세돌에서 꺾인 후로 장쉬는 슬럼프 증세를 보였다. 2007년 3월 말일까지 그의 전적은 8승7패였다. 언제나 다승과 승률에서 고공 행진을 벌이던 장쉬로서는 수치스러운 전적이었다. 4월의 첫대국은 본인방전 리그였는데 장쉬는 야마타 기미오에게 분패했고 전적은 8승8패가 되었다. 입단 이후 가장 저조한 반타작의 승률이었다. 그러나 장쉬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후지쯔배 1회전에서 장쉬는 대만의 저우쥔쉰을 꺾어 오래간만에 갈채를 받았다. 저우9단은 3월에 LG배에서 2억5천만원을 움켜쥐며 기염을 토했던 터였으므로 장쉬의 승리는 더욱 순도가 높아보였다. 뒤이어 장쉬는 2회전에서 이세돌을 꺾는 쾌거를 보였다. 계속해서 5월에는 5전5승, 6월에는 8전8승을 거두어 대번에 다승1위와 승률1위를 회복했다. 명인전과 왕좌전에서는 도전권이 눈앞에 보였고 후지쯔배와 LG배에서도 무패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6월 2일 서울 서머셋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후지쯔배 8강전. 상대는 한국의 최철한9단이었다. 장쉬의 흑번. 좌변에서 일찌감치 공방전이 벌어졌다. 백10으로 가만히 뻗은 것은 최근의 유행형. 장쉬의 흑19는 참고도의 백1을 기대한 수였다. 그것이면 손을 돌려 우상귀를 흑2로 둘 작정이었는데 그 의도를 간파한 최철한은 실전보의 백20으로 먼저 붙여 버렸다. 최철한은 2회전에서 중국의 강자 콩지에를 꺾고 8강에 진출한 터였다. 한 때 이창호킬러로 용명을 떨치던 최철한은 근래 국내 타이틀을 모두 잃고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었다. 중환배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으나 중환배는 국제 기전 가운데 우승 상금이 가장 적은 기전(상금 7,200만원)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