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일] 금산지구국 개통


1970년 6월2일, 충북 금산. 직경 27.5m, 무게 300톤짜리 안테나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금산지구국의 첫 가동 순간이다. 지구국은 통신위성과의 송수신기지. 우주의 교환대인 통신위성과 국제전화, 방송용 영상과 음성을 주고받는 지구국 개통은 한국의 통신수준을 몇 차원 끌어올렸다. 당장 통화속도가 빨라졌다. 40분~1시간이 걸리던 미국과의 국제전화 대기시간이 10분대로 줄어들었다. 국민들은 지구국을 통해 직접 중계되는 메르데카컵 축구대회와 홍수환ㆍ유제두 선수의 권투 세계 타이틀매치에 열광했다. 원시적 단파무선과 일본의 간접 중계에 의존하던 시절에는 꿈도 못 꾸던 통신혁명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금산지구국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내외자 18억4,300만원. 요즘이야 강남권 아파트 한 채 가격이지만 1969년의 일반회계 예산이 2,50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2007년 예산과 비교하면 오늘날 1조1,490억원 가치에 해당하는 대형 국책사업이었다. 금산지구국이 전파를 송수신한 지 만 37년, 통신한국의 위상은 과거와 비할 바가 아니다. 달랑 하나였던 지구국 안테나는 29개에 이른다. 보다 싸고 간편한 통신 인프라인 해저 케이블도 10개 간선망이 가설돼 전세계 어디와도 교신할 수 있다. 무엇이 한국을 통신강국으로 이끌었을까. 1970년 당시로 돌아가보자. 금산지구국의 안테나가 최초로 분주하게 움직였던 때는 같은 해 12월. 한국이 유치했으나 돈이 없어 개최권을 반납, 방콕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안게임 중계를 위해서다. 국민들이 안방에서나마 직접 중계를 시청할 수 있었던 것은 금산지구국 덕분이다. 한국의 정보통신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대회 개최를 포기하는 수모와 경제난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재원을 짜내고 투자했다는 점이다. 선택과 집중이 위력을 발휘한 대표적 사례로 꼽힐 만하다. 지금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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