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英국민 '경제위기 조기 탈출' 택했다

[英총선 보수당 승리… 13년만에 '정권교체']<br>'재정적자 감축' 최우선 공약에 보수당 지지층 결집<br>과반의석 확보는 실패… "정당 연대로 집권세력 결정"


영국 국민들은 6일(현지시간) 총선에서 보수당 지지를 통해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시급성을 표현했다. 영국의 재정위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영국 국민들은 '긴축 재정'을 감수하더라도 조기에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보수당ㆍ노동당 중 어는 당이 정부를 구성하든 긴축재정 도입, 복지예산 축소 등 살인적인 긴축재정을 위한 '칼'을 뽑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제통화기금(IMF)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표명했다. FT는 영국의 차기 정권이 장애인 지원금이나 주택지원금 등을 줄이거나 저소득층에 대한 현금 지원 등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국민적 반발 등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영국의 재정적자는 그리스나 스페인ㆍ포르투갈보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복지예산이 시급히축소돼야 한다. 영국의 재정적자는 지난 2009년 기준 1,634억파운드(약 335조원)로 사상 최대치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영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 영국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최고 등급인 'Aaa',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역시 최고 등급인 'AAA'다. 하지만 이들 신용평가사들은 영국 정부가 강력한 재정긴축 플랜을 내놓지 않을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영국의 첫 고비는 다음달 7일로 만기가 돌아오는 213억유로 규모의 국채 원금 상환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영국과 같은 주요 국가가 재정위기에 빠지면 '그리스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EU 전체의 위기가 예상되는 만큼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차기 정권은 4,110억파운드에 달하는 복지예산 중 최소한 10%에 달하는 300억파운드를 줄여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노동당은 그동안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적자는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보수당은 공약으로 재정적자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약속했다. 당장 1년 안에 60억파운드를 줄여 재정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보수당이 비록 선거에서 이겼지만 차기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처지다. 영국은 과반 의석을 얻은 정당이 없을 경우 정당 간 연대로 집권 세력이 결정된다. 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수당이 일단 집권하지만 통상 정권이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과거에도 야당이 선거에서 이겼어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집권당 총리가 일단 총리로 남아 우선 정부 구성을 시도한 관행이 있다. 1974년 보수당의 에드워드 히스 총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재 집권당인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미 자민당과의 연정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그런 관행이 헌법적으로 정착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은 불문헌법 국가여서 어느 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문화된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이긴 보수당이 과거 사례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선거 후 여론 동향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39세에 당수… 분배 중시 '중도좌파 철학' 가져
총선 승리 이끈 캐머런은 누구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의 승리를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44ㆍ사진) 당수는 '보수당 개혁'을 기치로 내걸어 39세의 젊은 나이에 당수에 오른 차세대 정치인이다. 이번 선거 승리로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 자리를 예약한 캐머런은 13년 노동당 정권 심판을 촉구하며 유권자를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캐머런은 지난 2005년 마이클 하워드 당수가 총선에서 패하고 물러난 후 당수 경선 때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의원들의 1ㆍ2차 투표에서는 관록의 데이비스 데이비드 의원에 뒤졌지만 보수당원 29만명이 참가하는 우편 투표에서 개혁을 원하는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수 자리에 올랐다. 당시 원고 없는 즉석연설로 당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젊고 목소리가 맑으며 외모가 뛰어나 멀티미디어 시대에 유리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1966년 주식중개인의 아들로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귀족학교로 알려진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옥스퍼드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보수당 내 정책연구소 및 존 메이저 총리 비서관으로 경력을 쌓은 뒤 7년 동안 상업방송 칼튼의 PR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2000년 총선에서 옥스퍼드 인근 위트니 지역에서 당선된 뒤 2005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36시간 철야 유세와 1만 마일이 넘는 유세 강행군으로 "3당 중 노동당이 제일 열세"라며 동정표를 호소하고 다닌 브라운 총리를 압도했다. 캐머런은 선거 유세 마지막 날 "두려움을 넘어 희망을 선택하라"고 호소해 유권자들을 일으켰다. 시장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토니 블레어의 상속자'라고 부를 정도로 분배를 중시하는 중도좌파 철학을 갖고 있다. 과거 보수당이 거부했던 기후변화 문제나 동성애자 권리 등에서도 오히려 노동당보다 진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셰필드 경의 딸인 사만다와 결혼해 세3명의 자녀를 뒀으나 첫째 이반은 지난해 2월 병으로 숨졌다. 현재 사만다는 임신 중이며 오는 9월 출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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