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검사로 해뜨고 사정으로 해진다”

◎상급기관 중복감사 ‘줄줄이’/본업무뒷전 뒤치다꺼리 바빠/자율 ‘말’뿐… 규제 오히려 강화거듭되는 중복 검사와 규제 강화, 투서와 사정설로 은행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개방을 앞두고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은행권에 대한 이같은 압박은 금융시장 왜곡과 금융산업 전체의 대외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올들어 은행들은 검사 또는 조사받기로 상당 시일을 소요했다. 은행감독원 정기검사, 국세청의 특정금전신탁 원천징수에 대한 세무조사, 재정경제원의 신탁부문 감사, 공정거래위원회의 꺾기조사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거나 보내고 있다. 국세청 조사는 예외로 치더라도 나머지는 사전에 조율, 일시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감사는 『민간부문의 원스톱서비스같이 은행에 대한 각 기관의 검사 일정도 중복을 피하는 행정서비스가 아쉽다』고 말했다. 관치금융의 망령도 부활되고 있다. 송금수수료를 현실화하려던 일부은행은 당국과 국회가 「관심」을 표명하자 인상안을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달부터는 규제가 제도적으로 늘어난다. 1년에 한차례씩 받던 경영평가와는 별도로 11월부터는 매월 은행감독원의 생산성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 정부가 제창한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의 일환이다. 수지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당장 8일부터 우대금리가 인하돼 마진 축소가 명확한 상황이다. 마진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수신금리 인하가 추진되고 있지만 결국 수신기반 약화를 낳을 전망이다. 최근의 금리인하가 지난 3월 강행된 인위적 금리인하의 전철을 밟을 경우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도 일차적으로 금융기관이 짊어져야 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정설 한파가 덮치고 있다. 국면전환용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은행장 사정설은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위력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은행 경영구조 개편으로 임원정수 축소와 내년 주총을 노린 은행 내부의 인사관련 투서도 난무, 가뜩이나 어수선한 은행가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분위기이다. 은행권이 처한 이같은 환경은 결국 금융시장은 물론 금융산업과 경제 전체의 불안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98년 금융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금융산업의 중추격인 은행의 경쟁력을 지금보다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문민정부 출범초기의 자율과 창의는 어디로 가고 타율과 규제만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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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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