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 사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른바 '거수기 사외이사'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는다. 사외이사들이 징계를 받는 것은 두번째로, 당국은 이를 계기로 사외이사 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1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지난해와 올해 열린 5차례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채, 계열사의 부당 지원 사안에 찬성표를 던진 흥국화재 전ㆍ현직 사외이사 5명에게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금감원은 현행 보험업법이 대주주와 계열사에 100억원 이상을 대출할 경우 이사회 멤버의 전원 참석, 전원 찬성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국화재가 법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이사회 의사록을 위조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감독당국의 징계를 받게 되는 것은 지난해 변보경 전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이어 두번째. 당시 변 전 이사는 사외이사로서 권한을 남용해 계열사인 국민은행과 부적절한 용역·대출 관계를 맺은 문제로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변 전 이사는 그러나 금감원 징계조치 전 사외이사직을 자진 사퇴했다.
당국이 검토중인 '주의적 경고'는 제재 수준으로는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명망 있는 사람들이 회사를 바꿔가면서 지위를 유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평판에 결정적인 흠집을 입어 차후 다른 곳에서 사외이사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게 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사회 의사록 위조 같은 위법 행위가 다른 업체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금융사의 사외이사 역할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만들 때 (사회 이사 제도의 문제점을)광범위하게 살펴볼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