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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산업합리화업체 지정후 다음해에 대우계열사로 편입
成회장이 2003년에 흡수합병
석유탐사 실패 등에 적자누적
4월 상장폐지·법정관리 개시
'성완종 리스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경남기업은 국내 건설사의 한 장을 장식한 기업이다. 국내 건설업체 중에서 '최초 해외진출', 그리고 '최초 증권시장 상장'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창립 이후 60여년의 세월 동안 몇 차례 위기를 겪으며 주인이 바뀌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위기의 진원이 해외시장에서 찾아왔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고위관계자는 "경남기업은 해외건설 수주와 해외자원개발 등으로 회사의 흥망성쇠가 결정된 경우"라며 "삼부토건·남광토건 등 다른 토목건설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최초 또 최초…업계 이끌어=경남기업의 역사는 지난 1951년 대구 지역의 '경남토건'에서부터 시작된다. 1954년 경남기업으로 사명을 바꾼 후 1965년에는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해외진출에 성공하는 기록을 남겼다.
첫 해외 수주인 태국 중앙방송국 타워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동남아 지역에 경남기업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수주를 성공시켰다. 1973년에는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했으며 1980년 해외건설업 면허도 취득했다. 2년 뒤에는 잇따른 해외건설 성과로 건설수출 10억불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경남기업 등 토목건설사들은 해외시장에 주력했는데 이는 결국 회사의 위기로 연결된다. 중동 건설경기 퇴조로 부실화되면서 1986년 9월 현재의 워크아웃과 비슷한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산업합리화업체' 지정 이후 경남기업은 부실을 털어내며 재기를 다져갔다. 그러다가 1987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경영 정상화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성완종 전 회장이 경남기업을 이끌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성 전 회장이 이끄는 대아건설도 대우 계열사에 편입된 후 2000년 독자경영을 시작한 경남기업의 지분 51%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서산토건 입사로 건설업계에 들어온 성 전 회장은 200만원의 투자금으로 서산토건을 인수해 대아건설로 바꾼 데 이어 경남기업까지 흡수합병해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자원개발 실패로 끝없는 추락=매출 2조원대로 승승장구하던 경남기업이 다시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 것은 해외자원개발사업 때문이다. 2006년부터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 사업과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남(INAM)광구 석유 탐사 등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금' 330억원을 받았지만 연이어 실패했다.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정부의 330억원이 사라지면서 최근 비리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잇단 실패로 적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경남기업의 아파트 브랜드인 '경남 아너스빌'도 200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 자체 사업이 아닌 민간 도급사업으로 진행해 수익을 내지 못했다.
결국 경남기업은 2009년 1차 워크아웃을 맞게 됐지만 베트남 투자사업 최대 규모인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 72' 사업을 준공하는 등 2011년 2년 만에 조기졸업해 희망을 다시 쌓았다. 하지만 적자폭이 심화되면서 2013년 2차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당초 경남기업은 올해 말까지 1조원대인 랜드마크 72를 매각해 회생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자원외교 비리 화살이 겨눠지면서 매각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해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492억8,937만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1,827억원, 2,65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했으며 이달 초 상장폐지와 함께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