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타임오프 큰 고비 넘겼지만… 자판기 운영등 수익사업 발굴 필요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높아져야 노조의 힘도 자연스럽게 커지기 마련이다. 노동운동이 위기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노조도 자주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인식변화와 자주성을 이 같은 말로 강조해 왔다. 이를 반영해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 7월 1일 조합원 1만 명 이상 대형사업장 가운데 최초로 타임오프제를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 했다. 조합원 수가 1만 7,000 여명으로 55명의 유급 전임자를 두고 있었던 노조는 타임오프 규정에 따라 유급 전임자를 15명으로 줄이고 별도로 15명의 전임자를 추가하는 대신 노조가 급여를 부담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타임오프제를 무력화 대상이 아닌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노조 차원에서 타임오프를 대비해 3년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면서 “노조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짜고 집행하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최근 노조 차원의 재정자립방안을 마련했다. 사내 오토바이 수리점과 사내 자판기, 후생관 등을 직접 운영하고 사내 매점과 주유소 운영에 대해서는 사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또 매년 창립기념일에 조합원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해왔던 제도를 없애고 회사와 협의해 생일을 맞은 조합원 통장으로 10만원을 입금해주는 제도를 신설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매년 의례적으로 진행됐던 행사를 과감하게 폐지함으로써 6억 가량의 경비를 줄이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한 관계자는 “조합비 인상이 가장 쉬운 방법이나 집행부는 법 개정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고 판단했다”면서 “불필요한 노조 경비를 줄이고 부대수익사업을 통해 전임자 임금을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인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도 최근 기존 13명의 유급전임자 수를 법정한도에 맞춰 5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8명은 무급 전임자로 두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조합비 인상과 부대 수익사업 등 자구책을 마련해 재정자립에 나설 것”이라면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지침도 중요하지만 새 제도 하에서 노조 스스로의 자립방안을 준비해 나가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타임오프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선 노조가 자립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통해 자주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노조도 이제는 변화된 환경에 맞게 조합비를 좀 더 효율적이고 적정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노조가 재정 자립이 어렵다고 말하기 전에 그동안 조합비를 파업과 투쟁을 조직하는데 허비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면서 “노조의 자주성을 내세우면서 재정 자립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 사용자 측이 타임오프를 통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 하는 태도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사무실 제공을 중단하고 팩스나 전기 등을 끊는 등 일부 사용자들이 전임자급여지급 금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항들로 노조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는 오히려 사용자가 타임오프를 빌미로 노조를 옥죄려는 불순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타임오프 매뉴얼을 들이대며 오랜 기간에 거쳐 형성된 노사 관계에 개입해 단숨에 뜯어 고치려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타임오프의 연착륙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