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북한이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전면적 대화 제의마저 사실상 일축함에 따라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현지조사에 대한 거부입장을 밝힌 데 이어 13일에는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6ㆍ15, 10ㆍ4 선언의 이행을 언급하고 전면적 대화를 제안한 이 대통령의 11일 시정연설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재 남북 당국이 상반되는 목소리를 내세우며 맞선 형국인데다 양측 모두 퇴로가 없어 보여 남북관계는 당분간 외부변수 없이 양 당사자 간의 노력만으로는 정상화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뤄진 이 대통령의 대화 제의와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북측의 태도가 남측과 한동안 각을 세우겠다는 최고위층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피살의 책임을 전적으로 남측에 전가한 태도는 남한 내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설 자리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를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북측의 강경입장이 심상치 않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한해 2,038만달러의 순수익을 북측에 가져다준 금강산 관광마저 중단된 만큼 남북관계에서 더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더욱 강경 일변도 기조로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 개선을 중심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며 “언젠가 한계에 봉착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선 핵포기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좌초시키려는 목적 아래 남한과는 가능한 한 최대한 각을 세우려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전면적 대화’ 기조는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당장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관리하려는 측면에서 나온 입장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