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근근이 신입 직원을 뽑거나 채용이 진행 중인 곳도 있지만 그 규모는 예년만 못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올해 신입 직원을 뽑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새로운 사람은 뽑지 않으면서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데는 혈안이 돼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올해 안에 직원의 4분의1인 450여명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KTB투자증권 역시 지난달에 직원 100명을 내보냈고 SK증권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5대 대형 증권사에 속하는 삼성증권도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최근 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고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만난 증권사의 한 임원은 이 같은 금융투자업계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증권사들이 어렵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신입 직원 채용보다는 다른 증권사에서 숙련된 인력을 빼내오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며 "기껏 뽑아봤자 인재는 다른 데로 가버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예 증권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신입 직원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임원도 "증권업 자체가 원래 이직이 많은 것은 맞지만 증권사들이 꾸준히 채용을 해야 새로운 인재들이 증권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온다"며 "현재 증권업계의 현실은 혈관도 낡은데다 새로운 피도 수혈되지 않는 그야말로 동맥경화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최근 증권업계 고위 임원진의 고액연봉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능력 있는 사람에 대한 대우가 좋아야 괜찮은 인재가 몰리는 것은 맞지만 업계의 어른이라면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번 옳은 말이다. 증권업은 신뢰로 먹고 산다. 신뢰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증권업을 동경하고 있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과 어렵사리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직원들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업계가 고객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