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육상 트랙이 연쇄 이변으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본격 개막한 메달밭 육상은 24일까지 전체 46개 종목중 18개 종목의 메달 주인공이 가려진 가운데 당초 우승 후보로 꼽혔던 스타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며 파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24일 열린 여자 800ｍ 결승에서는 시드니올림픽 우승, 세계선수권 3회 제패, 세계실내선수권 6회 석권, 최근 3년 간 골든리그.그랑프리대회 18회 우승과 27연승 신화에 빛나는 '중거리의 철녀' 마리아 무톨라(모잠비크)가 34세의 베테랑 켈리 홈스(영국)의 역주에 무너졌다.
무톨라는 "지난 달 당한 부상 때문에 힘든 레이스를 펼쳤다"고 했지만 우승자홈스도 "다른 사람이 알려주기 전까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승리였다"고 말할 정도의 이변이었다.
이날 여자 세단뛰기에서도 도약 2관왕을 노리던 타티아나 레베데바(러시아)의야망을 카메룬의 에토네 음방고가 꺾어버렸다.
이변은 육상 개막 첫 날인 20일 '트랙의 신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남자 10,000ｍ에서 9살 어린 제자 케네시아 베켈레(에티오피아)에게 덜미를잡히면서 시작됐다.
21일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미국의 자존심 스테이시 드래길라가 예선도 통과하지 못한 채 주저앉더니 '지구에서 가장 빠른 여성'을 가리는 여자 100ｍ에서 벨로루시의 무명 스프린터 율리야 네스테렌코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셋째 날 일본의 단신 마라토너 노구치 미즈키가 파나티나이코스타디움을 가장먼저 돌아 피니시라인을 끊는 순간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마라톤 여제' 폴라 래드클리프(영국)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타월을 던졌다.
'세기의 대결' 남자 100ｍ에서도 이변의 사슬은 멈춰서지 않았다.
모리스 그린(미국)과 아사파 포웰(자메이카)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신예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이 100분의 1초 드라마를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까지 우승 후보 중 예상대로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여자 7종경기 카롤리나클루프트(스웨덴), 남자 세단뛰기의 크리스티안 올손(스웨덴) 정도만 꼽히고 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