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0% 성장 불구 대부분 일제 의존/리튬이온전지 개발은 ‘연구실서만’/신규진출사도 조립생산에 머물러 생산·수요업체간 협력망 구축해야최근들어 휴대폰을 비롯한 이동 통신기기보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 기기사용에 필수적인 소형 2차전지(충전용 배터리)의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다 노트북 PC와 캠코더등의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소형 2차 전지 시장이 새로운 황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정보통신 업계에서는 소형 2차전지를 「산업의 심장」으로 일컬을 만큼 전지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 「심장」을 제대로 공급하는 업체가 없다. 「몸체」에 해당하는 각종 통신 기기는 우리손으로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심장」은 남의 것을 빌어쓰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내 소형2차 전지 산업과 개발현황등을 점검해 본다.
◇국내현황
통상산업부는 이동통신기기의 급속한 보급으로 니켈수소와 리튬이온 전지시장이 매년 50%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4년까지 1천7백억원대에 머물렀던 이들 2차전지 시장규모가 올해는 3천3백억원대에 달할것으로 보인다. 오는 2000년에는 4천3백억원대에 이를것이란 전망이다.
2차전지 시장이 이처럼 급속히 팽창하고 있지만 국내 이동통신 기기업체들 대부분이 수입 2차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종을 이루는 것은 일본 제품으로 가장 일반적인 리튬이온전지 수입가격이 휴대폰용 한세트당 2천4백2천5백엔에 달하고 있다. 핸드폰 가격의 25%가량이 소형 2차전지 값이다.
이처럼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일제 전지를 사용할수 밖에 없는 것은 국내에는 아직 이를 생산할 만한 기술이 없기때문이다.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제품기술개발에 발맞춰 휴대용 전지 개발에 나선것과는 달리 국내 전자업체들은 기기개발에만 앞다퉈 나섰기 때문이다.
전지 전문생산업체인 로케트전기와 영풍통상, 서통등이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2차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을 비롯한 선진업체들을 따라 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나마 로케트전기가 니켈카드뮴과 니켈수소전지등을 생산,공급하면서 국내 2차전지 시장의 10%정도만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리튬이온전지를 양산하는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시장진출 문제점
삼성전관과 LG화학, 대우전자부품,효성생활산업등 대기업 계열사와 로케트전기, 태일정밀, 서통,한국타이어등이 리튬이온전지를 중심으로한 소형2차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를 포함해 2차전지 산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업체들의 수는 대략 20-30개사에 달하고 있다.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있는 소형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들업체는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설비를 도입해 조립생산하겠다고 나선것이어서 또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LG화학이 지난해말 일본 도시바사와 니켈수소전지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한데이어 리튬이온전지 기술도 들여와 시험설비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전관도 일본으로부터 설비를 들여다 천안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태일정밀과 한일베일런스등은 각각 미국의 폴리스터사,밸런스테크놀러지등과 손을 잡았다.
전지 전문업체인 로케트전기와 서통이 독자 설비로 2차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업체 대부분이 양산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는 있지만 업계에서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있다.
양산을 한다해도 일본에서 대부분의 원부자재를 들여와 조립하는 형식이 될것이란 분석이다.
또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아직은 실험실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업체들이 채산성이 떨어지는 일본의 저속 설비를 비싸게 들여와 아까운 로열티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대책과 전망
정부는 이같은 업계의 무분별한 설비도입과 기술 개발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기위해 최근 전지연구조합을 설립하고 소형2차전지 공동 연구 체제를 갖추기로했다.
올해부터 2000년까지 4백30억원을 지원하고 전지업체와 수요업체간 공동 개발을 유도해 막대한 설비투자에 따른 업계의 부담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전지업체와 수요업체간의 협력체제 구축이다.
국내 전지업체와의 협력은 도외시한채 외국설비를 들여다 직접 전지를 생산하겠다는 대기업들의 심리가 전지업체들의 기술 개발 의욕을 꺾고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난립된 업체들의 정비를 통해 기술력을 한곳으로 모으는 일이다.<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