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나는'문자질'한다, 고로 존재한다"

휴대폰에 갇힌 현대인들… 휴대폰, 새로운 생활양식·사회구조 창출<br>강력한 이동성으로 비즈니스 방식도 바꿔… 문명적 차원 변화를 인문학·심리학적 분석



“연락자주못해서먀ㄴ~~ㅎㅎ울언제함봐야지.ㅋ~보고파옵화” “에구구이게누구야넘마니보고퐈ㅎㅎ하건마치고오늘보까?핸펀으로저나해~~” 철자법ㆍ문법 그리고 띄어쓰기를 깡그리 무시해도 서로 통하는 이 말은 한국사람 10명 중 7명이 매일 주고 받는 휴대전화 단문메시지(SMS)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언어파괴 현상은 심각하다. 대부분의 SMS는 개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것으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만 정확하게 주고받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문법적인 차원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 10년 전 까지만 해도 휴대전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했다. 휴대전화에서 울리는 모닝콜이 알람시계를 대신하고, 간단한 메모는 통화 중에 녹음기능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김성도 고려대 교수는 모바일 미디어가 사회와 문화를 바꿔놓은 데 관심을 두고 이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저자는 휴대전화의 가장 큰 장점을 이동성(mobility)으로 보고 이 같은 강력한 이동성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한다. 어디에서든 통화는 물론 걸으면서 메모를 하고, 중요한 일정까지 알려주는 휴대전화는 웬만한 비서 역할을 할 정도로 현대인의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탄생한 지 20여년 만에 세계 인구 20억명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세계인의 생활양식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왔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신조어가 바로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다. 호모 모빌리쿠스는 휴대전화를 생활화 한 현대인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로 휴대전화를 거는 인간이라는 의미, 즉 현대사회의 이동성에 적응하기위해 더 많이 움직이는 인간형을 말한다. 여기에는 문명적 차원의 변화라는 뜻이 담겨있다. 책은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휴대전화의 역할을 탐구한다. 휴대전화로 인한 개인적인 차원의 변화는 물론 저자는 휴대전화가 비즈니스 방식을 바꾸는 데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사무실 구조의 탈 중심화를 도왔으며, 기업 조직의 대형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무실에서 생산 현장을 통제할 수 있으며, 시간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이성간 관계와 성적 만족의 추구에도 휴대전화가 일정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청소년의 대부분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휴대전화가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했으며, 젊은 연령층에서는 성적인 표현을 전달하는 운반체로도 휴대전화는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또 휴대전화가 물리적인 영토를 기반으로 한 제도와 체계를 무너뜨리고 가상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보고,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정리했다. 또 실제 공간과 사이버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현대인의 의식적ㆍ심리적 변화에 주목하고,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언어학적 변화, 사회적 의미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책은 이론적인 연구결과로 다소 딱딱한 듯하지만 현대인에게 완소품(완전 소중한 휴대품)이 된 휴대전화를 철학적ㆍ심리학적ㆍ인문학적 시각으로 분석해 디지털 문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호모 모빌리쿠스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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