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금은행이 대출을 통해 각 경제주체에 공급한 자금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의 핵심기능인 자금중개 기능이 극도로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주목된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이 개인과 기업 및 정부 등 비금융부문에 대출해준 금액은 30조6천억원으로 환란 당시인 지난 1998년의 -2조6천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금은행의 비금융부문 자금대출액은 ▲99년 39조1천억원 ▲2000년 45조9천억원▲2001년 49조4천억원 ▲2002년 113조원 등으로 외환위기 이후 계속 증가추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2003년 65조3천억원 등으로 감소한 후 지난해는 전년의 절반에 못미치는30조6천억원으로 급감하면서 99년 수준에도 못미쳤다.
지난해 은행의 대출금과 함께 신용카드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을 합친 금융부문전체의 대출금 역시 37조1천억원으로 지난 99년의 19조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런 현상은 경기침체로 기업과 가계의 자금수요가 위축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리스크 관리에 발벗고 나선 은행들이 중소업체와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면서 자금공급 규모를 줄인데 따른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해 금융기관들이 유가증권 인수 등을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제공한 자금의 규모는 20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유가증권 세부항목 가운데 주식인수나 기업어음 인수규모는 8조원 가까이 감소한 반면, 국공채 인수액이 28조4천억원을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기관들이 위험부담이 큰 중소기업과 가계를 상대로 자금을운용하는 것을 꺼리면서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안전자산인 국공채 매입에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예금을 받아 경제주체들에게 대출 등의 형태로 자금을 중개하는것이 예금은행의 핵심기능이지만 최근 몇년간 이러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극도로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