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침몰] "해피아에 로비 없이는 사업 불가능… 만날때마다 수십만~수백만원 뒷돈"

■ 해운사 사장이 말하는 업계 실태

해운업체 10곳 중 7~8곳은 로비… 1년에 수천만원 이상씩 지출 예상

선사 이익 대변 해운조합도 '관리'… 로비 관행화로 문제의식도 못느껴

"공무원 뇌물이요? 해운 관련 업체 10개 가운데 7~8곳은 주고 있다고 봐야죠."

해운업계에 20년 이상 몸담아왔다는 인천의 한 해운업체 사장 A씨는 2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업계의 고질적인 로비 관행을 털어놓았다. A씨는 "관리 당국을 대상으로 한 로비가 실제로 많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에서 선박회사를 꾸리면서 그런 거 안 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월호 여객선 대참사 이후 정부와 해운업체 간 유착이 주요한 사고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세월호의 증축이나 화물 선적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감독이 엉터리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정부가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운항안전, 선박 검사 등 의무를 태만히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감독 당국 관계자들과 같이 식사나 술자리를 하면서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용돈으로 쓰라고 찔러준다"며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들은 1년에 몇 천만원 정도는 로비자금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로비 대상은 업계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와 정부의 선박 검사를 대행하는 한국선급이다. 해운업체들은 해수부의 안전과 관련된 부서나 산하 지방항만청 직원들에게 뒷돈을 건넨다고 A씨는 전했다. "통상 안전관리는 한국해운조합에, 선박 검사는 한국선급 등에 업무를 맡기지만 결국 전체적인 감사·감독권은 해수부가 다 쥐고 있기 때문에 해수부에도 로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선박 검사를 할 때 보조발전기가 고장 난 것으로 밝혀지면 '우리(회사)가 알아서 고칠 테니 보고서에 기재하지 말아달라'는 식으로 한국선급에 청탁을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때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밝혀져 질타를 받고 있는 해운조합의 경우 주된 로비 대상은 아니지만 약간은 '관리'를 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해운조합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선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정부나 한국선급 정도의 로비는 안 한다"며 "다만 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사업자금 대부 등 각종 사업에 지원할 때 평소 친분이 있으면 서류절차 등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해운업계와 정부 간 로비는 실제로 몇 번 적발된 적이 있다. 지난해 1월 부산에서 항만청 공무원들이 7년 동안 5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소형 선박의 검사를 맡는 선박안전기술공단도 부산지부 직원들이 업체로부터 뇌물 8,000만여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A씨는 "수면 위로 드러난 로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뇌물 수수 등은 선박사고가 났을 때 이를 수사하다가 '어쩔 수 없이'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로비 자체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이런 로비는 너무나 일반화돼 큰 문제의식도 못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정부의 허술한 선박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여객선은 해운조합에서, 화물선은 항운노조에서 주로 안전관리를 하는데 해당 조합에서는 이를 귀찮은 일로 여기고 사실상 선사가 알아서 하도록 방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출항할 때 화물 선적·고박 등 기본적인 검사만 제대로 이뤄졌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A씨는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1차적인 문제"라며 "전문성이 없으니 각종 업무를 용역을 주면서 뒷돈이나 퇴직 후 일자리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런 고질적인 해운 비리에 대해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부산지검은 이날 한국선급의 전·현직 임원이 회사 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본사 사무실과 임원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대상에는 지난 2012년 신사옥 공사비 등 회사 자금 9,350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한국선급 회장 A(62)씨도 포함됐다. 검찰은 한국선급과 해운업계의 유착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인천지검도 현재 진행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와 별도로 해운비리특별수사팀을 꾸려 해운조합 본사와 인천지부를 압수수색해 70박스 이상의 압수물을 확보했고 24일에는 해운조합 직원 2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또 이날 국세청과 관세청·금융감독원 관계자들과 세월호 사고 관련 유관기관 회의를 열어 청해진해운과 관계회사 핵심 관계자의 횡령, 배임, 은닉재산 추적에 있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