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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지나고나면 ‘추블리’ 사랑이, 쌍둥이 서준·서언이, 준서·준우 형제 그리고 하루 이야기를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기자 부모님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의 열혈 애청자시다. 이유를 물으니 어머니께선 “ 편식하는 ‘하루’를 보면 어릴 때 네 모습이 생각나. 타블로처럼 네 아버지도 너 밥 먹이려고 꽤 고생하셨지. ‘사랑이’를 보면 재롱부리며 아빠랑 놀던 네 모습이 또 생각나고”라며 보물상자 열 듯 옛 이야기를 멈추지 않으신다. 엄격하신 아버지께 타블로의 프리함과 추성훈의 딸바보 본능이 숨겨져 있었다니. 무척 신선했다.
TV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을 보면 기자 세대 아버지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에서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친근한 ‘아빠’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최근엔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프렌디(Friend+Dadd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런 친근한 아빠 열풍은 TV와 스크린을 넘어 대학로 무대 위까지 불고 있다. 지난 1월 막을 올린 ‘가을 반딧불이’는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가족극이다. 세상을 일찍 떠난 아버지는 영혼으로써 다쓰미 곁에 머문다. 생전과 같은 모습으로 다쓰미에게 자신의 고민을 허물없이 나누고 상담한다. 아버지로서의 권위란 찾아볼 수 없다. 아버지의 고민을 일찍이 함께 나눠온 덕에 다쓰미는 아버지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는3월 개막하는 ‘내 마음의 슈퍼맨’은 10살 딸과 시각장애인 아빠의 부성애를 담았다. 실제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틴틴 파이브 출신 개그맨 이동우가 출연하여 딸에 대한 사랑을 여과없이 보여줄 예정이다. 앞을 볼 순 없지만 딸의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걸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다.
근래 들어 왜 이렇게 부성애 코드가 뜨고 있는걸까. 과거와 달리 아버지들이 육아 부담을 함께 하면서 가정 내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와의 공감대도 늘었다. TV 속 영화 속 무대 위에서 표현되는 이상적인 부성애를 보면서 ‘저런 아빠가 되어야지’ ‘내 남편은 저런 아빠 모습을 갖고 있었으면“하는 심리가 반영되면서 이런 극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부성애가 ‘친구’처럼 드러나야만 정답은 아니다. 그저 지금 내 곁에 계신 아빠의 존재 자체 만으로도 이미 ‘최고’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