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재직 시절 주중이나 주말에 당일 또는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수시로 찾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967년 우리은행의 합병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사해 도쿄와 오사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일본통이다.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은 전통적으로 이 전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 도맡았다. 숨진 전 지점장 김모씨는 이 전 회장 시절 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전 회장은 "김씨를 도쿄지점장으로 보낸 것은 당시 행장(이종휘 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이지 내가 아니다"라며 "한일은행과 고려대 후배라는 이유로 김씨를 내가 챙겼다는 얘기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도쿄지점 부당 대출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잦은 일본 출장은 우리금융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일부 포착된 바 있다.
그는 재임 기간인 2008~2012년 연간 35차례 출장을 갔다. 201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출장 기간에는 측근과 함께 여가를 보냈을 정도로 일본을 자주 방문했다. 이 전 회장은 IMF 총회 당시 민영화와 관련해 일본에 머무르는 미국 투자자를 접촉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일본 출장은 도쿄지점 부당 대출로 검사 대상에 오른 백모 전 우리은행 부행장과 전날 숨진 채 발견된 김씨가 지점장으로 근무한 시기와 일치한다. 특히 우리은행의 합병 전신인 한일은행 출신의 이 전 회장이 같은 한일은행 출신에 일본 근무 경력을 공유한 백 전 부행장, 김씨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된다.
이 전 회장이 인사발령자로 지목한 이 전 행장도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행장은 "인사부에서 복수로 추천받은 도쿄지점장 후보 가운데 일본에 대한 이해와 실무 경험을 따져 발령 냈을 뿐"이라며 "부당 대출 사건은 무엇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금감원 검사에서 명백히 소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도쿄지점 불법 대출에 다른 전직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들도 여러 명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금융당국과 우리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을 공동 조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