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은행의 ‘1ㆍ4분기 화폐정책보고서’는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단계적인 조치로 각 경제주체들에게 그에 대비할 것을 예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통화공급 억제, 과열업종에 대한 대출축소 등 계속된 조치의 효과가 어떤지를 분석해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하반기 중 금리인상 등의 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 보고서는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을 비교적 상세히 지적하는 동시에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 적절한 긴축정책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경기과열을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무슨 내용을 담고 있나=
보고서에는 최근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통화량과 대출규모 급증 ▦지나친 투자과열 ▦물가상승 등의 원인과 개황,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등을 담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민은행이 통화량 증가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표명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국민총생산(GDP) 증가 ▦수출 ▦내수소비 등 중국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은 양호하지만 통화량의 비정상적인 증가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3월 말 현재 중국 총통화량(M2)이 23조2,000억위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1%나 늘어난 것은 바로 일부 업종에 대한 과열투자에서 비롯됐으며 과열투자를 막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척도인 소비자물가지수 부문도 강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0에 가깝던 물가상승률이 1ㆍ4분기 중 식량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2.8%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상승은 공산품 가격인상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통화긴축의지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앞으로 어떤 조치 취할까=
중국정부가 경기진정을 위해 선택할 카드는 여러 가지다. 우선 통화량 증가를 최대한 억제, 유동성을 조이는 데 주력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이를 위해 이미 일부 과열업종에 대한 대출을 철저히 봉쇄하기 시작했다. 일부 업종에 대한 투자증가가 대출증가를 불러오고 이는 결국 부실대출과 통화량 증가로 연결되는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통화량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당장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투기자금을 유입시킬 수 있고 GDP의 30%에 달하는 공공부채의 이자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건전한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급제동’을 걸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대출억제, 직접금융시장 활용 확대 등을 통해 신용대출증가율을 억제하는 통화정책을 쓸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위앤화 환율 안정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앤화 평가절상은 수출확대를 막고 실업률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번 보고서에서 “위앤화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은 당분간 평가절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가를 잡는 데도 주력할 전망이다. 국가개혁위원회가 이미 물가인상 억제방침을 내놓았지만 앞으로 물가동향을 파악, 강도 높은 추가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재정 주중 한국대사관 재경관은 “이번 보고서는 중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통화량 증가와 일부 업종의 과열투자)을 확실히 인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중국 정부가 상황인식을 정확히 했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증가와 과열투자를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