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정책 싸고 헤게모니 다툼 점입가경

재경부 "수출 타격…한은 적극개입을"…한은 "시장 친화적 형태로 조절해야"


외환당국의 두 축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간의 헤게모니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외환정책을 둘러싼 두 기관간 힘겨루기는 물론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4년 10월 재경부가 1,140원대를 지키기 위해 파생금융상품에 손댔다가 2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면서 ‘환(煥)주도권’은 자연스레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이후 우연이었을까, 2005년 2월 불안한 하락세를 이어가던 환율이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힘입은 글로벌 달러 강세가 연출되면서 한은의 시장친화적인 개입이 효과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올 들어 환율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두 외환당국은 핀치에 몰렸다. 연초 1,000원대가 무너질 때만 해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역외세력 탓을 했다. 이후 950원대가 붕괴되자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때문이라며 화살을 돌렸으며 930원대가 무너진 뒤부터 재경부는 노골적으로 한은의 개입행태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 급락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거시경제라는 큰 틀에서 환율정책을 써야 하는데 한은이 한가한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석에서의 발언은 더 노골적이다. “이성태 총재가 취임한 뒤 한은이 오직 원화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 측은 시장여건이 바뀌었는데도 재경부가 여전히 과거 개입행태에 집착하고 있다며 보다 시장친화적인 형태로 속도조절을 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하루평균 거래규모가 70억달러를 넘는데 당국 개입으로 막기에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며 “예전 개입방식으로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진 지난달, 6~7회가량의 실개입을 하면서도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의 전형을 보여주는 소규모로 일관했고 대규모 개입은 1~2차례에 그쳤다. 그렇다면 파워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일부에서는 환율 하락에 대한 최고위층의 관심이 높을수록 한은이 취해온 소극적인 스탠스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금융협의회에서 “환율이 이상 급변동할 때에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적극 나설 것이며 한은은 충분한 자금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환율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발언이 있은 지 보름 만에 나온 것으로 원칙론자인 이 총재의 표현 치고는 꽤 과감한 수준이다. 매파로 통하는 진동수 차관이 취임한 것도 재경부의 입김이 더 들어갈 것이라는 추측의 배경이다. 하지만 한은의 한 관계자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개입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중장기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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