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오히려 떨어져 추가적인 경기호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생산직 근로자의 실질 시간당 평균임금은 5월에 비해 1.1% 하락했다. 또 주당 노동시간도 12분 감소해 6월 미국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주당 525.8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지난 1월보다 8달러나 떨어진 것이며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은 미국 노동시장에서 아직도 인력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일자리가 올들어 100만개 이상 늘었지만 실업률(5.6%)은 여전히 높아 고용이 늘어나도 임금인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의 일자리 증가가 주로 식료품점, 레스토랑, 세탁소 등 저임금 직종에 집중된 것도 실질임금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 나아가 소비위축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지금까지 내수 진작을 이끌어왔던 저금리 기조가 끝나 소비침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달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6월 소매판매는 1.1% 감소해 1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질소득 감소는 또 저소득층의 불만을 가중시켜 미국 대선에서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도 높다.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미국인들이 물가 상승과 수입 감소로 고통받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맹공하고 있다.
USA투데이가 CNN 및 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케리-에드워즈 후보는 부시-체니 후보에 대해 50%대 45%로 우위를 보였다. 만일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소득감소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부시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