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맞게 성격 바꿔라[조영훈 기자의 개미 新 투자전략]
증권사 브로커들이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 똑같은 주식을 성격이 다른 두 사람에게 권유해 매매를 하면 결과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충분한 수익을 거두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운이 없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수익률이 나쁜 결과가 반복되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올까. 필자는 그러한 부분이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낙천적이면서도 이성적인 성격을 갖춘 사람은 성공확률이 높은 반면 감정적이고 소심한 성격은 주식투자를 통해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평이다.
한 증권전문가는 그래서 주식투자를 「심리전쟁」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자신의 성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식투자에 적합한 성격으로 길들이기」를 시작해 보자.
◇냉정한 개미가 성공한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 국민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목도했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정상회담은 남북한관계에 획을 긋는 일대 사건임에 분명했고 남북정상간에 5개항 합의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도출됐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은 14일 단 하루만 올랐을 뿐 나머지 이틀간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유는 단 하나. 주식시장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한 결과를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5월말부터 200포인트가 넘는 상승률을 통해 이미 반영됐던 것이다. 막상 회담이 열리는 동안에는 뒤엉킨 자금시장의 난기류를 반영하고 있었다. 7월과 12월에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물량의 공포감과 기업어음(CP) 발행의 어려움으로 인해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남북정상의 만남에 가슴 뭉클한 느낌을 갖지 않은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감정」이고 자금시장의 난기류는 「현실」이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현실을 파악한 투자자는 폭락을 피해갔지만 감정에 치우친 개미는 또 다시 실패를 겪어야 했다. ◇사자의 심리학과 팔자의 심리학= 주식투자에 성공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항목으로 「팔자의 심리학」을 들 수 있다. 주식투자는 잘 사는 게임이 아니고 잘 파는 게임이다.
아무리 싼 가격에 주식을 잘 샀어도 팔아야 될 자리에서 팔지 못하면 절반은 실패다. 반대로 조금 비싸게 주식을 샀더라도 적당한 시점에 매도를 실행한 투자자는 성공한 투자자다.
대부분의 투자실패 사례를 보면 매도시점을 놓친 이후에 발생한다. 한번 고점을 기록하고나면 대부분의 개미는 금새 그 시세를 회복할 것 같은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한 번 거쳐간 시세를 다시 회복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게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원하지 않는 장기보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매도시점의 징후들은 여러가지가 있다. 상투권에서는 그 주식에 대해 환상을 심어주는 재료가 넘쳐난다. 투자자들은 그 재료에 대해 확신을 넘어서 맹신을 하기 시작한다. 거래량은 대단히 많다. 시세도 급박하게 움직인다. 직전에 계단식으로 오르던 주가는 이른바 아이랜드갭(첫거래 가격부터 종가까지 초강세를 나타내는 모양)을 수반하면서 열렬하게 오른다. 주가가 급박하게 오르는 것은 곧 매도시점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국면에서 환상을 갖고 「이 추세로 몇일 더 오르면 수익률이 얼마고 얼마가 남는다」는 식의 계산기 두드리기는 곧 실패로 연결된다. 직전의 환상적인 시세전개가 머리속에 잔영으로 남아있어 매도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사는 것은 대충대충해도 된다. 하지만 파는 것만은 냉정하고 결단력있게 실행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사는 싸움이 아니고 파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입력시간 2000/06/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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