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잦은 비때문에…애타는 농심(農心)

농작물 성숙 지연·수확량 감소 우려로 울상

“수확량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과실이 여물어야 할 여름철과 초가을에 날씨가 좋지 않아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죠.”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이경진(43)씨는 “실제 지난해부터 한참 곡식이 익어야 할 여름철과 초가을에 비가 많이 내려 배의 당도가 많이 떨어졌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광주ㆍ전남 지역은 올 여름이 시작된 지난 7월부터 가을이 무르익는 10월9일까지 무려 42일이나 비가 내리고 구름이 낀 날씨를 보였다. 이처럼 많은 비와 구름으로 인해 농작물의 성숙이 지연되고 작황 부진이 예상돼 농민들 입장에서는 품질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고 소비자들은 수확량 감소로 소비자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나주 지역 2,900㏊에 달하는 배 과수를 관리하는 나주시 배원예과는 “배의 생육기인 봄철과 초여름에 큰 태풍이나 비가 없어 수확량이 지난해와 비슷한 7만2,000톤으로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배의 당도는 평균 12.6-13브릭스(Brix) 정도를 유지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크게 떨어진 11-11.5브릭스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와 사과 같은 과실이 수확량보다 당도 등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주요 식량자원인 벼는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광주지원은 “벼의 여뭄 정도를 나타내는 등숙비율이 올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10a당 466㎏이던 벼 수확량이 올해는 잦은 비로 인해 451㎏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벼 생산량이 평년보다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잦은 비로 과수 품질이 떨어지기는 경북도도 마찬가지. 경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수확된 상주 고랭지 포도의 경우 비가림시설이나 배수시설의 정도에 따라 품질이 크게 엇갈렸다. 배의 당도도 평균 12브릭스로 지난해보다 1브릭스 정도 떨어졌다. 경북농업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8~9월에 내린 많은 비로 과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농가의 시설 정도에 따라 농가소득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대구ㆍ경북 지역 논 1,232곳을 표본 추출해 조사한 결과 올해 쌀 생산량도 62만1,000톤으로 지난해 63만8,000톤보다 1만7,000톤(2.6%)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벼 재배면적이 635㏊(0.5%) 늘어났지만 작황 부진으로 10a당 생산량은 478㎏으로 지난해보다 3.2%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일기 불순에 따른 농산물의 작황 부진은 바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남광주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추는 4포기 값이 지난해 7,000원에서 올해는 1만4,000원으로 두배 오른 것을 비롯해 무(3㎏)는 1,500원에서 3,000원, 양파(20㎏)는 7,500원에서 1만원 등으로 거의 모든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역 유통업계는 “겨울배추 파종기인 추석 직전 집중호우로 재배면적이 줄고 작황이 좋지 않아 김장철까지 채소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