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는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입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가격'과 '시간'을 포함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3대 하드웨어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이 같은 하드웨어 외에도 소프트웨어 요소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가 바로 '부동산 금융'이다. 금융을 모르면 부동산을 반만 아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금리 하락에 따른 부동산 가격 변화뿐 아니라 각종 부동산 간접투자 방식이나 금융 상품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부동산 금융에 대한 이해는 부동산 투자를 하는 데 목표와 기준점을 가지게 함으로써 합리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또 부동산 매입·매각의 금융 스트럭처(구조)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매각 타이밍이나 투자 시장의 변화를 보는 눈을 익힐 수 있다.
다음은 '콘텐츠'다. 간단한 예를 들면 리테일 시장에서 상가 건물의 가치는 임차인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신용도가 좋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임차인이 있는 건물과 신용도가 나쁘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임차인이 입주한 건물의 자산 가치는 다르다. 또한 좋은 콘텐츠는 하드웨어의 불리함을 극복하게 만든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수집이 쉬워지고 맛집 문화가 활성화하면서 외딴곳에 있는 분위기 좋고 맛있는 밥집이 큰 인기를 끈 것이 그런 경우다. 영국 런던의 템스 강변에 위치한 '테이트모던'도 콘텐츠로 부동산 가치를 변화시킨 경우다. 이 건물은 애초 발전소였으나 미술관으로 개조하면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마지막은 부동산에 새로운 '서비스' 개념을 접목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는 아직 한국에서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주거 형태의 하나로 독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호텔처럼 단기가 아니라 월 단위 이상 중장기적으로 거주하는 형태로 호텔처럼 청소, 빨래, 식사, 우편물 수발, 베이비시터, 커뮤니티 등 보조적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서비스는 죽은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셀프 스토리지(개인 창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셀프 스토리지는 땅값 상승과 이에 따른 주거 및 사무실의 수납공간 부족으로 나타난 서비스 형태다. 온도와 습도·방충·방해 등의 시스템이 구축된 개인 창고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다.
필자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부동산은 생각보다 매우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의 성공은 탄탄한 하드웨어에 독특하고 신선한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가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