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유승민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에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의 후폭풍으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한데다 당 내 투톱인 김무성 대표마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비춰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야당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줬다며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 내 질타까지 이어져 정치인생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1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유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포문은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이 열었다. 서 최고위원은 “그렇게 안일한 생각을 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하다. 자성할 필요가 있다”며 지도부를 비판했다.



뒤 이어 나선 김태호 최고위원은 직접적으로 유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우리 지도부는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참다 참다가 제가 이 말씀을 드린다”며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유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당혹스러워하는 유 원내대표를 향해 김 최고위원은 “죄송하지만 개인적 소신인지 몰라도 증세문제, 사드문제 모든 게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면서 “원내대표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라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이인제ㆍ이정현 최고위원 역시 협상 과정을 문제 삼으며 유 원내대표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당내 질타에 유 원내대표는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구에 “강제성이 없다”며 협상 자체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오면 언제든지(책임지겠다)”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