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일동포 삶의 기록, 연극 통해 남기고 싶어"

[재일동포 연출가들 잇단 한국무대에] '야끼니꾸…'의 정의신씨


"지금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는 대부분 4~5세입니다. 조만간 '재일교포'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겠죠.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삶의 기록을 연극을 통해 남기고 싶었습니다." 한ㆍ일 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54ㆍ사진) 씨는 오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오르는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각각 개관 20주년과 1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막을 올린 '야끼니꾸 드래곤'은 1970년대 말 일본 간사이(오사카) 지방의 스러져 가는 조선인 부락의 재일동포 용길이네가 운영하는 곱창집 이름이자 극의 배경이다. 용길네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재일동포의 일상과 고민, 이방인으로서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정 씨는 자신의 어릴 적 삶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그곳은 재일교포가 일본의 최빈층과 함께 살던 곳이지요. '재일교포는 모순 덩어리야. 일본을 미워하고 한국을 그리워하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해' 등의 극중 대사는 어릴 때 자주 들었던 말입니다." 연극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 정 씨는 재일교포뿐 아니라 일본 내 비주류를 소재로 한 작품을 써 오고 있다. 정 씨의 차기작은 내년 6월 남산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한국 전쟁 당시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이발소를 하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며 "전쟁의 아픔과 상처, 그것을 극복해가는 인간의 끈질긴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극단 미추의 의뢰를 받아 올 가을엔 경쾌한 음악극 형식의 '쥐의 선물'이란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 씨는 "사람들이 제사 때 함께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음식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내 연극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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