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아프간사태와 세계화의 그늘
정상범 ssang@sed.co.kr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같은 선진국 유력지를 보면 신문 1면을 해외뉴스로 채우는 사례가 적지않다. 우리로서는 좀처럼 들어보지도 못한 아프리카 소국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을 큼지막하게 키울 뿐만 아니라 나름의 해결방안까지 독자들에게 자세히 전달한다.
외신하면 뭔가 신기한 이야기를 전하는 해외토픽이나 유명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떠올리기 쉬운 우리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나라 밖 소식이나 국제정세에 무감각한 우리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한 단면이 아닌가 싶다.
요즘 온 나라가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로 난리다. 외신에서 전해오는 소식에 일희일비하는가 하면 별다른 대책 없이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미국 등 일부 초강대국만 개입된 것으로 철석같이 믿어왔던 아프가니스탄이 갑자기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두가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인 듯싶다.
피랍사건을 놓고 네티즌들의 의견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으며 정부도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상황에 쫓겨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가 매달 해외로 나가는 사람만 100만명을 웃돌고 한해 전체로 따지면 출국자 1,000만명 시대를 맞았다지만 준비 안 된 세계화의 혹독한 시련을 겪는 것은 분명하다.
아프간 사태에 파묻혀 잊혀지긴 했지만 소말리아에서 어부 4명이 해적들에게 납치된 것도 벌써 70일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해외에서 납치돼 몸값을 요구당하거나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리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쉽사리 볼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이제 한국의 경제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세계 속의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일찍이 이 같은 통과의례를 거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이제서야 세계화의 값비싼 대가를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기란 이래저래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이번 인질사태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종교적 배경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사리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매일같이 피 말리는 협상이 진행되는 현지에서 모쪼록 낭보가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입력시간 : 2007/08/01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