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넉넉한 지도자를 뽑자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상하게도 찍고싶은 사람이 없어요.” 최근 선후배 송년 모임자리에서 한의사인 후배가 던진 하소연이다. 그는 이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정치 담당 데스크로서 난감했다. 5년 만에 치러질 큰 선거가 특정후보의 대세론으로 흐르고 있어 그를 선호하지 않는 유권자의 심정은 매우 착잡할 것이다. 다만 유력후보 관련 ‘BBK 동영상’이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MB)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정권교체 희망과 ‘경제대통령’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그는 후보 검증과정에서 여러 차례 위장전입과 자녀 위장취업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에 흠집이 적지 않다. 정동영(DY)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경제활성화와 국민화합, 국가비전 제시 라는 시대정신을 실현할 능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는 탓인지 MB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MB 대세론의 특등 공신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을 실망시킨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 스타일로 유권자들이 ‘정권 연장’ 보다는 ‘정권 교체’를 선호하고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9일은 다음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들의 슬로건과 공약이 담긴 홍보물을 가정에 보내 투표참여를 적극 권장했다. 이명박 후보는 선거 홍보물을 통해 “국민성공시대와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는 “거짓말 경제는 5%만을 위한 특권경제ㆍ나쁜 경제”라며 “정동영 경제는 95%를 위한 서민경제ㆍ좋은 경제”라고 주장했다. 이회창 후보는 “믿음직한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통령 후보는 “사람중심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인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서민을 중산층으로, 중산층을 부자로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일제히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등 국가경쟁력을 키워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이제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 것인가는 유권자의 몫이다. 투표 행위는 국민의 특권이자 의무다. 유권자는 국정운영 능력과 인격ㆍ도덕성ㆍ포용력을 감안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으면 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차선도 없으면 차 차선의 후보에게 투표하면 어떨까. 기권보다는 값진 한 표를 정정당당하게 행사하자.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찬 후보를 뽑자. 아울러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너그럽게 수용하며 당선자를 중심으로 애정을 갖고 국정운영에 동참하는 자세가 선진 국민이다. 당선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잘난 사람은 아니다. 대선 당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 중에서 뽑힌 인물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반면 대통령 당선자는 많은 국민들이 뽑고 싶은 후보가 없어도 국가 장래를 생각해서 본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자축용 당선 사례에 앞서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 후보와 반대편 유권자를 위로하고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냉정히 고민했으면 한다. 우선 서두르지 말고 말을 아낀 채 열흘 정도 푹 쉬면서 국정 방향을 구상하면 좋을 것 같다. 국가 지도자가 일에 너무 쫓기면 국민이 불안하다.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잘 가려서 하는 품격도 요구된다. 특히 당선자는 국민화합과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속 정당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선진 한국을 꿈꾸는 국민적 에너지를 깨울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놓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할 때 호평을 받을 것이다. 이를 위한 첫 시험대가 정부 내각을 구성하는 조각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의 경우 우리 사회 갈등해소와 사회통합 차원에서 자신의 정당과 지역ㆍ학교 출신이 아닌 인물을 선정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당선자가 MB라면 비한나라당과 비영남ㆍ비고려대 출신 인사. DY라면 비대통합신당과 비호남ㆍ비서울대 인사로 하면 어떨까. 장관 선정은 G-10 국가를 목표로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 4강 신화를 창조한 점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당선자는 또 선거공약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민의 소리를 경청한 뒤 국가 이익 차원에서 절실하면 상대 후보 공약이라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또 국민적 공감 없이 추진한 사업은 국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당선자는 모든 일에 다 나서지 말고 한 발 물러선 채 각 부처 장관 중심으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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