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기지인 브리즈번에서 밴쿠버, 샌타클래라를 찍고 몽펠리에를 거쳐 런던으로. 호주와 캐나다∙미국∙프랑스 등 세계 곳곳을 돌며 '금빛 담금질'을 끝낸 '한국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23∙SK텔레콤)이 마침내 스타팅 블록에 선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은 28일 오후6시58분(이하 한국시각) 런던의 올림픽파크 내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리는 예선을 시작으로 런던 올림픽 경기 일정에 돌입한다. 박태환은 전체 4개조 중 3조의 4번 레인을 배정 받았다. 400m는 박태환의 주 종목. 올림픽 2연패가 걸린 대망의 결선은 29일 오전3시51분에 펼쳐진다.
박태환의 몸 상태는 최근 몇 년 새 최상이라고 한다. 3분41초53으로 개인 최고기록을 찍었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도 가볍다. 하루 1만5,000m 수영으로 폐활량(최대 공기흡입량)을 7,200㏄까지 끌어올렸고 최대 근력도 지난해 상하이 세계선수권 때보다 5~7% 정도 키웠다. 참고로 일반인의 평균 폐활량은 3,000㏄ 정도이고 '산소탱크' 박지성(퀸스파크 레인저스)은 약 5,000㏄로 측정됐다.
◇중국은 없다=올림픽 2연패의 최대 걸림돌은 쑨양(21∙중국)이다. 박태환(183㎝)보다 15㎝나 큰 쑨양은 1,500m가 주 종목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신기록(14분34초14)까지 세웠다. 하지만 400m에서도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9월 자국 선수권대회에서 3분40초29로 비공인 아시아 신기록을 썼다. 박태환의 개인 최고기록보다 1초 이상 빠른 기록이다. 박태환과 마찬가지로 400∙200∙1,500m에 출전하는 쑨양은 27일 "박태환은 내게 우상이다. 하지만 나는 이전보다 강해졌다. 우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쑨양의 기세가 심상치 않지만 박태환은 담담하다. 거센 중국의 도전에도 400m만은 철옹성처럼 사수해온 박태환이다.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린(25∙중국)을 꺾고 한국 수영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의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은메달에 그친 장린은 시상식에서 끝내 눈물을 쏟았다. 2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박태환은 쑨양과 장린을 각각 은∙동메달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깨물었다. 박태환은 주요 국제대회 400m에서 쑨양에게 진 적이 없다.
◇꼭꼭 숨겨온 세계신기록을 보라=지난해 말 서울 송파구 오륜동 한국체대에서 진행된 인터뷰. 박태환은 당시 "세계기록을 한 번도 못 깨봤기 때문에 런던에서 경신하고 싶다. 신기록을 세우면 좋은 색깔의 메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태환은 인터뷰 때마다 세계신기록 목표를 잊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박태환의 목표는 이뤄질 수 있을까. 박태환을 지도하는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가능하다"고 했다. 3분39초대까지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볼 코치의 생각이다. 현재 세계기록은 파울 비더만(독일)의 3분40초07. 수영복 규제 이전에 나온 기록이지만 어쨌든 공인 기록으로 3분39초대라면 신기록이다. 박태환의 올해 최고기록은 3분44초22지만 거듭된 훈련을 통해 세계기록 경신의 희망을 확인했다는 얘기다. 공개는 안 했지만 연습 중 이미 세계기록을 깨봤을 가능성도 있다. 박태환은 "경쟁자들과의 메달 싸움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기록과 싸울 것"이라며 세계기록 경신의 의지를 재차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