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례적으로 부동산 매매과정에서 관행화된 이중계약서 작성에 대해 철퇴를 가해 주목된다. 재경부와 국세청 등이 수차 이중계약서 작성행위를 단속하고 대책도 내놨지만 근절되지 않자 검찰이 이중계약서를 부추겨 탈세를 일삼는 부동산업체와 이들로부터 부동산을 구입한 1,383명의 투기사범을 형사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검찰, 이중계약서 관행에 철퇴=서울지검 형사4부(양재택 부장검사)는 18일 부동산 투기회사로부터 토지를 매입하면서 이중계약서를 작성, 세금 23억원을 포탈한 1,383명을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또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토지매입 희망자를 끌어들여 이중계약서 작성을 통해 26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태진부동산서비스, 삼흥피엠, 엠아이스페이스 3개사를 적발, 이중 태진부동산서비스 대주주 홍모씨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3개 업체 대표는 불구속 기소나 지명수배 조치했다.
검찰은 또 이들 회사들이 부동산 개발정보를 건당 수천만원에 공무원 등에게 주고 산 단서를 포착,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며 다른 부동산 컨설팅회사도 내사중이다.
검찰은 이들 회사로부터 토지를 매수, 이중계약서 작성을 통해 취득세 등을 포탈한 매수인 1,383명에 대해 해당 시ㆍ군의 고발이 접수되는 대로 전원 소환 조사한 뒤 약식기소 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 매수인이 취득가액을 430억원 가량 축소 신고해 포탈한 지방세 23억5,000만원을 추징토록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으며 약식기소 되는 매수인들은 탈세액의 2∼5배 이내에 벌금형을 받게 될 전망이다.
◇네살배기도 억대 부동산 투기(?)= 검찰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2000∼2001년 사이 수도권 등 일대의 대규모 토지를 매입한 뒤 텔레마케팅을 통해 끌어들인 매수 희망자들에게 2∼4배의 가격으로 분할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중계약서를 작성, 모두 26억2,000만원의 법인세를 떼먹은 혐의다.
엠아이스페이스사의 경우 경기 용인시 백암면의 임야 3만평을 11억원에 매입한뒤 투기 희망자 60명을 끌어들여 100여필지씩 나눠 총 29억원에 매각, 2.6배의 이득을 거둬들였다. 매수자중에는 충북 청원군의 임야를 1억2,000만원에 사들인 네살짜리 장모(서울 서초동)군을 비롯 20대 이하 미성년자도 65명이나 있어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검찰, 과세표준 실 거래가 일원화 제안= 검찰 관계자는 “매매과정에서 부동산 컨설팅사와 매수인간에 거래대금 축소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매수인의 범의가 인정된다”며 “이중계약서에 의한 탈세가 투기의 원흉이라고 판단해 매수인 전원을 형사처벌키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도소득세는 기준시가, 취득세와 등록세는 실거래가에 의해 과세하도록 한 현행 제도가 이중계약서 작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세표준의 실거래가 일원화
▲매매가 축소신고 적발시 양도세 중과 및 과태료 부과
▲토지종합전산망내 이중계약 자동적발 프로그램 개발 등의 제도개선안을 관계부처에 제시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