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떠오르는 기회의 땅] 3-1.오일 디파트먼트

오는 15일부터 중동의 허브 두바이에서는 대규모 쇼핑박람회가 열린다. 이 축제기간동안에 사우디, 쿠웨이트 등 주변 아랍국가는 물론 멀리 유럽에서까지 수백 만 명의 쇼핑객들이 두바이를 찾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3,00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가, 패션, 전자제품, 보석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 두바이 주재원 이재환 과장은 “페스티발 기간 동안은 밀려오는 쇼핑객들로 두바이 곳곳에 교통체증이 심해 출근길 조차도 괴롭다”라고 하소연 할 정도다. 2004년 두바이 쇼핑 박람회 대열에 한국의 첨단 제품들도 당당히 가세, 오일 머니를 쓸어 담고 있다. 삼성의 휴대폰, LG의 에어컨, 냉장고 등은 이미 명품의 대열에 진입, 완벽하게 중동 시장정착에 성공했다. 이제 `KOREA`는 낮설 지라도 `Samsung`과 `LG`를 모르는 아랍인들은 거의 없을 정도다. 중동ㆍ아프리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해 20억달러, LG전자는 1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 목표는 지난 해보다 30~40% 늘어난 27억 달러와 20억 달러로 각각 잡고 있다. ◇마케팅의 승리다 = 삼성의 휴대폰 중에는 외부 액정화면 주위를 보석으로 장식한 제품이 있다. 이 휴대폰은 엄청난 부를 가진 아랍 부호들에게 생활필수품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이병우 상무는 “아랍 상류층 모임에 이 제품이 없으면 `왕따`를 당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강조했다. 한국 가전제품의 승리는 현지 아랍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공격적 감성마케팅, 그리고 맞춤 마케팅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전자의 애프터서비스 강화도 아랍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LG는 고객만족헌장을 제정하고,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불만을 접수할 수 있는 `해피콜 제도를 실시 중동지역 7개국에서 고객서비스 1위 기업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브랜드 이미지 확산을 위한 마케팅도 위력적이었다. 삼성전자 알 막툼(Al Maktoum) 브리지의 휴대폰 광고가 대박을 터뜨린 것. 일부 중동인들은 삼성 휴대폰 `막툼` 브랜드로 알 정도다. LG의 경우 방위각을 표시 메카의 방향을 알 수 있는 휴대폰과 아랍인들의 주식인`케밥`을 요리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 등이 인기를 끌고 잇다. 지난 해까지 LG전자 중ㆍ아지역을 담당했던 신문범 상무는 “LG는 기업시민으로써 중동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 “스포츠, 의학, 교육 등의 지원을 확대 중동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해온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최근 매출이 급신장하면서 두바이 시내 곳곳에 옥외광고를 재개했다. ◇이제는 1등이다 = 삼성, LG 등 한국의 대표 브랜드들은 올해 중동시장 1위 도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LG의 TV는 일본 소니를 바짝 뒤 쫒고 있으며, 삼성 휴대폰은 핀란드의 노키아와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LG전자는 PDP, 에어컨, 모니터, 전자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서는 맹위를 떨치며 거의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LG는 지난 70년대 쿠웨이트 지사 설립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중동ㆍ아프리카 12개 국가에 5개 판매법인 11개 지사를 갖는 명실상부은 중동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도 핀란드의 노키아를 바짝 추격하고 잇다. 삼성은 전체인구의 70%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 중동국가 최대 수요처인 아랍에미리트서 노키아에 2%차이로 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2년새 노키아의 성장률은 답보상태이며, 삼성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어 삼성의 추월은 시간문제다. 여기에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란시장에서 삼성은 30%의 시장을 점유을 확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두바이의 대표적 쇼핑몰 `알 구레야 시티`매장에서 만난 압둘라 무하마드(Abdulla Muhamad)씨는 “LG 브랜드가 중동시장에 첫 선을 보였을 때 품질이 좋아 일부에선 일본제품으로 착각 한 적도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LG 브랜드에 더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를 잡아라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해변. 언뜻 봐도 100여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여러 팀으로 나뉘어 축구경기를 하고 있다. 평일 오후인데도 불구, 너무 즐겁고 진지한 모습들이다. 골 키퍼를 보는 압둘 무님(Abdul Munim)은 “축구는 너무 재미있는 스포츠”라면서 “일주일이면 3~4번 축구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축구는 아랍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따라서 기업들의 모든 마케팅이 축구로 귀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한 `축구 마케팅`은 최고 수 십 배의 매출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현대자동차 오상규 부장의 귀띔이다. 지난 1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열린 청소년 축구대회는 중동지역 최대 이벤트였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 아부다비에서 축구 분위기를 띄워 잔뜩 부풀어올랐던 분위기가 한국팀이 16강전에서 일본에게 패하자 움츠려 든 것. 만일 한국이 이 게임에서 이겼다면 8강전은 중동의 중심도시 두바이에서 치뤄져 우리 기업들의 마케팅에 호기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열기를 감안, 우리 기업들은 다양한 축구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중동 축구대회 및 아프리카 클럽대항전 3~4개를 후원,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모로코에서는 어린 꿈나무 대회를 개최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도 지난번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를 후원했을 뿐 아니라 중동 지역 클럽팀을 후원하고 있다. 현대차 이삼 아부나하(Isam Abunabah)두바이 판매법인 지사장은 “하루평균 5~6대 팔리던 자동차가 축구 이벤트 직후에는 10대 이상 팔린 적이 많다”며 축구 마케팅의 위력을 설명했다. `최고`만 통한다 아부다비의 LG전자 매장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 한가지. 한 아랍 부호가 매장을 찾았다. 그는 아무 질문 없이 판매대에 걸린 최고급 PDP TV를 손으로 가리킨 후 말없이 돌아갔다. 종업원은 곧 그 뜻을 알아차리고 집으로 배달 해 주었다. 수억 달러의 오일 머니를 가지고 있는 아랍 부호들은 말 그대로 진짜 부자다. 아랍인들은 엄청난 부를 바탕으로 고달픈 자연 환경에 도전하기 위해 항상 1등에 도전한다. 당연히 소비재도 최고 제품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고속도로를 20여분 달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우뚝 솟은 돛단배 모양의 건물을 볼 수 잇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321m의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ㆍ아랍의 탑)호텔이다. 인공 섬에 자리잡은 7개의 별을 단 세계 최고의 호텔인 것이다. 이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최저 1,000달러에서 최고 1만 8,000달러에 달한다. 호텔을 둘러보는 입장료만도 100달러를 내야 한다. 객실마다 손님 요구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호텔에는 잠수함이 운항하는 해저 레스토랑과 거대한 수족관 등을 갖추고 있다.. 두바이의 세계 최고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버즈 알 아랍호텔 주위에 대형 해양 파크와 `물의 도시(Hydropolis)`를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두바시는 해변에서 300m 떨어진 해저에 객실 220개를 갖춘 5억 달러짜리 초특급 호화 호텔을 짓고 주위에 인공 섬을 건설, 대규모 해양파크를 세울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이홍식 부장은 “두바이의 왕 막툼이 인공위성에서 볼 수 있을 만큼의 웅장한 해양도시를 건설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중국의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랍인은 최고의 속도를 좋아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시속 140km는 기본이다. 때로는 200km까지 이상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를 자주 볼 수 있다. 교통사고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젊은 부호들은 가장 좋은 차를 타고 두바이서 아부다비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달리는 경주를 벌이곤 한다. 알라신에 맹세하기 때문에 결코 거짓은 없다. 지난 해에는 막툼 왕의 큰 아들, 즉 세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최고 품질의 최고 상품만이 오일 머니를 가지고 있는 아랍 부호들의 호주머니를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휴대폰이 핀란드의 노키아보다 고가 전략을 실시, 매출을 늘리는 것과 LG의 첨단 디지털 가전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두바이(UAE)= 강창현기자/암만(요르단)=한동수기자 chkang@sed.co.kr/bestg@sed.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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