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선진국들은 인구가 줄면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자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프랑스ㆍ독일ㆍ영국ㆍ스웨덴ㆍ덴마크 등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ㆍ캐나다 등 북미와 호주ㆍ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까지 경쟁하듯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노동력 부족을 해소했다. 지난 1960년대 독일은 광부나 제철노동자 등을 해외에서 수혈해 2차 대전 이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즈음 건너간 이민 1세대가 현지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고 독일이 패전의 아픔을 딛고 빠르게 성장하는 데 뒷받침이 됐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시기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노동력을 1차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대체했다. 19세기 말부터 저출산 문제에 대해 고심해온 프랑스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영국ㆍ스페인ㆍ포르투갈 등도 경제성장이 고도화되기 시작한 1960~1970년대 노동력 부족을 이민자를 통해 해결했다. 유럽의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무슬림이 차지했고 자녀를 많이 낳는 문화를 가진 이들은 최근 현지의 출산율 증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도 이민자로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백인이 꺼리는 험한 일을 해결하고 이민자들을 경제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서방국가의 이민정책은 1990년대 이후 전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철저하게 자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고급인력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스웨덴은 숙련된 노동자 중심으로 해외 인력을 받아들이고 있고 덴마크 역시 의사ㆍ회계사ㆍ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이민이 쉽도록 정책을 바꿨다. 우리나라도 최근 세계적 고급인력을 받아들이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을 경우 비자 발급을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주권을 주는 방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민정책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소극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해외에서 우수 인재를 데려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독일ㆍ일본도 쉽지 않은 상황" 이라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메리트가 크지 않다면 고급인력 유치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자를 받아들일 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서방 선진국들은 1990년대 이후 경제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이민에 대한 문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기존 이민자들에 대한 냉대와 차별도 커졌다. 결국 중동과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폭발해 프랑스에서는 2005년 이민 2세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미국도 이런 점 때문에 이민법 수정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독일이나 아일랜드 같은 국가에서 이민자들과 2세들에게 언어나 문화 교육을 통해 자국에 빠르게 동화시키도록 노력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민자 수혈이 궁극적으로 인구감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민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갈수록 늘어나는 이민자들로 오히려 사회문제가 커지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