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15일 월요일은 유럽 청산결제소인 LCH클리어넷의 고위간부인 다니엘 기슬러의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을 것이다.
한국ㆍ일본ㆍ홍콩 등 주요 아시아 거래소는 추석 연휴로 휴장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부도 여파를 유럽이 홀로 받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CCP(Central Counterpartyㆍ중앙청산소)인 LCH클리어넷은 리먼브러더스의 부도 사태가 다른 청산회원의 연쇄 부도 사태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소방업무'를 시작했다.
즉 리먼브러더스의 고유자산과 고객 자산을 분리, 청산회원과의 협의를 통해 고객 자산을 다른 청산회원에게 옮기는 작업과 리먼브러더스의 고유자산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주요 청산회원들은 트레이더를 파견해 리먼브러더스의 스와프를 경매 방식을 통해 정리하는 것을 도왔다.
LCH클리어넷은 리먼브러더스가 개시 증거금으로 제공한 20억달러의 35%만 사용해 부도 사태를 해결했다. 놀랍게도 다른 청산회원의 자금이나 부도 대응 공동기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은 금융위기 이후 CCP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장외 파생상품의 CCP 의무 청산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만들어냈다.
CCP란 원래 장내상품거래에 대한 청산 결제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장내선물거래의 경우 실제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고 청산소가 거래 상대방이 돼 거래를 한다. 이 서비스를 장외파생상품으로 확대시키려는 것이다. CCP가 거래 당사자의 중간 매개 역할을 함으로써 결제 불이행에 대한 위험을 감소시켜 상계처리를 통해 결제 금액을 차감할 수 있도록 한다.
장외파생상품거래의 CCP 청산 의무화를 진행하면 모든 파생거래에 대한 정보가 CCP에 모이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청산회원의 부도 사태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번지지 않고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에서 이자율 스와프에 대한 CCP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내 의무 청산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또 지난 10일에는 세계청산결제기구인 CCP12 총회를 부산에서 개최해 세계 CCP와 다양한 연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의 결제불이행 위험을 대폭 감소시켜주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는 CCP는 장외파생상품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 시스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