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대에 대해 무자비한 강경진압에 나선 무아마르 카다피에 대해 리비아 국민들은 물론 정부 고위관료와 국제사회도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나라 안팎으로 고립된 카다피는 퇴진을 거부한 채 오히려 리비아를 소말리아와 같은 내전사태로 몰고 갈 태세다. 22일(현지시간)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9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경진압인한 사망자 수가 현재까지 1,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카다피의 무차별적인 폭력 진압으로 유혈 참상이 전개되고 있는 리비아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카다피에 대한 규탄과 제재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2일 긴급 회의 후 카다피 정부의 시위대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언론 발표문을 통해 리비아 정부가 인권과 국제인권법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고 국제인권단체의 리비아 접근 허용을 요구했다. 나비 팔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시민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 행위는 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청했다.
아랍권도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카다피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무슬림 조직인 이슬람회의기구(OIC)는 이날 리비아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으며, 아랍연맹(AL)도 중무기를 동원한 시위 진압이 ‘인권 침해’라고 비난하며 리비아의 회의참석 금지 결정을 내렸다.
리비아 정부 고위관료와 외교관들도 속속 반정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리비아 내무장관은 이날 정부로부터 이탈할 뜻을 밝히면서 군이 국민의 요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42년 독재를 이어온 카다피는 국내외의 퇴진 압력으로 벼랑 끝에 몰린 와중에도 오히려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며 리비아 정국을 내전사태로 몰아가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국영TV로 생중계된 한 시간여의 연설에서 “나는 조국의 땅에서 순교자로 죽겠다. 무장 시위대는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사주간 타임은 리비아 내부 소식통을 인용, “카다피는 자신의 힘으로 리비아를 탈환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리비아를 제2의 소말리아로 몰고 감으로써 반역 세력들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털어놨다”고 전했다.
한편 카다피의 퇴진 거부로 시위대와 정부 보안군의 유혈충돌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는 군용기와 군함 등을 동원해 리비아로부터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