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양심 불량' 美 의원 보좌관들

미국 국회의원들의 입법과정에서 얻은 고급 정보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 고위보좌관들이 적어도 72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08~2009년 중 고위 직원들이 제출해야 하는 공개 양식인 자산, 부채, 배우자의 고용, 주식거래에 따른 자본 이득(양도 이익) 등 자산 정보 보고서 3,000 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의원 상급 직원 중 적어도 72명이 해당 의원의 감독하에 있는 기업의 주식을 거래해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의 에너지 정책 보좌관인 크리스 밀러는 지난 2008년 재생에너지 업체인 에너지 컨버젼 디바이스에 대한 주식 3,500달러를 투자했다. 리드 의원은 해당 업체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상원 금융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난해 정부가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미국 정부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자 은행의 자본력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돼 해당 은행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었다. 또 미국 하원 의장의 수석 보좌관은 정부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을 승인하기 이틀 전 남편 명의의 주식계좌로 이들 두 업체의 주식을 거래해 상당한 차익을 남겼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 공화당 의원의 보좌관도 몇몇 재생 에너지 기업의 주식을 거래해 짭짤한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좌관들은 “의회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긴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WSJ은 현재 미국 내부자 거래법이 의회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행위가 위법은 아니라고 전했다. 하지만 의회 보좌관 중 연봉 1만5,000달러 이상만 1년에 1회 자산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어 내부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긴 직원들이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WSJ은 우려했다. 루이스 슬로터 하원의원(민주당) 등 몇몇 의원들은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지난 2006년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사장돼 있다. 슬로터 의원의 빈센트 모리스 대변인은 “의회 보좌관들은 종종 내부 정보에 연루되곤 하며 부도덕한 사람은 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서 “유권자들은 이를 금지하는 법이 없다는 점에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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