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성장률 하락 우려 커져 - 기업들 재고 처분 안간힘
정부 통화ㆍ재정 부양 효과 나타나며 3분기 반등 시각도
세계경기의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의 올 2ㆍ4분기 성장률이 13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8%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경기의 바닥이 도대체 언제냐는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실 이날 발표된 성장률 7.6%는 유럽 경기 침체를 비롯한 해외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치였다. 하지만 소비 증가율 둔화, 이에 따른 생산 위축 등 내수 부진에 따른 악순환이 맞물리면서 향후 경기가 더욱 하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대다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통화ㆍ재정 확대 정책 효과가 발휘되면서 올 2ㆍ4분기를 바닥으로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부에서 수출 부진 지속에다 내수 위축까지 겹치면서 3ㆍ4분기에도 경기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성장률과 함께 발표된 6월 소매판매는 13.7%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당국이 기준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에다 가전 구매시 보조금 정책 부활 등 재정정책을 구사하며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중앙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투자 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부동산 경기는 물론 철강, 가전 등 연관 산업도 침체 국면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지난 2008년말 직후 4조위안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에 따른 자산 버블, 특히 부동산 경기 버블을 막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실물 경기 침체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시중에서는 소비 수요가 떨어지면서 재고를 처분하기 위한 기업들이 대거 바겐 세일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 소재 직장인 천샤오량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시중 옷 가게들이 세일에 나서지 않았었는데 최근 몇 개월 들어 70~80%까지 할인 판해하는 의류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패션 의류업체 버버리, 미국의 정보산업(IT) 업체 어드밴스드 마이크로디바이시스 등 주요 기업들의 2ㆍ4분기 순익이 줄줄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국영기업 투자건의 조기 승인 등을 통해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민간 경기까지 따뜻한 기운이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날 발표되는 고정자산투자는 올들어 6월까지 20.4%로 지난달(1~5월)의 20.1%보다 높아졌지만 민간 고정자산투자는 같은 기간 25.8%로 7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해 1~7월 33.6%에서 11개월째 내림세를 지속하며 올 들어 6월까지 증가율은 16.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내수 경기를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산업생산도 6월 9.5%로 전월 증가율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2일 중국 성장률을 지난 4월의 8.4%에서 8.2%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아직은 당국의 적극적인 재정ㆍ통화 정책이 효과를 보기 시작하며 2ㆍ4분기를 저점으로 3ㆍ4분기부터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인민은행 전 통화정책 위원인 판강 국민경제연구소장은 13일 “정부의 통화ㆍ재정 완화 정책 효과가 나타나며 올 2ㆍ4분기를 저점으로 3ㆍ4분기부터 적어도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시중에 돈이 돌게 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확대하면서 올 들어 6월까지 신규 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나는 등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경기 반등을 점치는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3분기 경기 반등을 위해 당국이 하반기 기준 금리를 추가로 최소 1~2 차례 내리고 은행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다 절전형 가전 제품에 대한 보조금 정책 지속, 수출 부가가치세 인하 등의 재정정책을 보다 확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베이징= 이병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