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병영문화 혁신, 위원회보다 통수권자 의지에 달렸다

육군에서 끔찍한 총기난사와 구타, 인권유린 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6일 출범했다. 혁신위를 통해 그릇된 병영문화를 고쳐나가겠다는 군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결연해 보인다. 국방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진보성향 민간인까지 망라한 혁신위 구성부터 파격적이다.


혁신위가 소임을 다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군이 새로운 병영문화를 창달한다며 위원회를 구성하고 종합대책을 발표했건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가 근절되기는커녕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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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을 해소하고 군을 혁신하려면 무엇보다 통수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여론의 뭇매에도 버티던 육군참모총장과 경찰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질타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이 방증이다. 박 대통령은 혁신위의 실질적인 위원장으로 직접 챙긴다는 각오로 군의 적폐 해소에 나서야 한다.

군의 위기는 안보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 분노한 젊은이들의 군 입대 거부 움직임마저 공공연히 나타나는 판이다. 혹자는 윤 일병 사건이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강조하지만 해마다 150여명의 병사들이 복무 중에 숨지고 이들 가운데 100여명은 군 수사당국이 자해사망으로 분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혁신위 출범을 앞두고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장은 한 마디로 '통곡의 바다'였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이들을 보듬을 의무가 있다.

대통령이 병영문화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첫 단계는 엄중한 문책이다. 윤 일병 사건의 가해자와 방조자 모두를 처벌하라는 지시가 철저하게 이행될 때만 혁신위 활동도 힘을 얻을 수 있다. 국방부 장관 재임 시절 발생한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문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육군참모총장이 책임졌으면 책임을 다 진 것"이라는 여당 대표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혁신 의지에 대한 불신을 낳을 수도 있는 발언이다. 성역 없는 조사와 문책이 없다면 비슷한 사건은 재발할 수 있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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