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옛 '공포코드' 못벗어난 새 데미안

오멘 2006- '악마의 숫자' 적극 마케팅 불구 30년전 원작 리바이벌에 그쳐


100년 만에 찾아왔다는 ‘666의 날’인 2006년 6월 6일. 외신들은 서양인들이 이날을 불길한 날로 여기고 출산예정일을 미루고 여행을 삼가는 등 불안에 떨고 있다는 기사를 타전해왔다. ‘666’은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등장한다는 악마의 숫자. 기독교적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서구인들에게 있어 ‘666’은 막연한 공포감을 줄 수 밖에 없다. 리처드 도너 감독의 1976년작 ‘오멘’은 이런 악마에 대한 두려움을 영화에 담은 고전으로 꼽힌다. 영화는 잔혹한 장면 등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차원의 공포 영화와는 다르게, 성경에 대한 불길한 해석과 음울한 느낌으로 냉전시기 핵전쟁에 대한 막연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근원적 두려움을 심리적으로 자극했다. 2006년에 리메이크로 다시 등장한 ‘오멘’은 이런 ‘666’에 대한 공포를 마케팅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다. 영화는 2006년 6월 6일 새벽 0시 6분에 맞춰 개봉하면서 ‘악마의 숫자’가 주는 공포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오멘’은 1976년의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 로마에서 근무 중이던 젊은 미국 외교관 로버트 쏜이 낯선 아이를 입양한다. 사산한 아내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어 같은 시각 태어난 다른 아기를 친아들이라 속이고 키운 것이다. 부부는 아이에게 데미안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애정을 쏟아 키운다. 그런데 아이가 5살이 되던 순간부터 보모가 자살하고, 낯선 신부는 데미안을 악마로 지목하고, 사진기자는 죽음의 징후를 포착하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영화는 초반 오프닝에 9ㆍ11테러, 동남아시아 쓰나미 등을 ‘악마재림의 징후’로 제시해 이 영화에 현대성을 부여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구식’이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구시대적인 캐릭터와 코드로 관객을 무섭게 하기엔 그동안 관객들이 너무 자극적인 것에 노출돼 왔다.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듯한 몇몇 죽음의 장면들 조차도 ‘데스티네이션’등의 영화에서 온갖 기괴한 죽음을 보아온 관객들에겐 그저 평이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오멘’은 원작을 ‘리메이크’한 것이 아니라 영화적 진화 없이 ‘리바이벌’한 결과가 돼 버렸다. 원작이 가진 설정과 특유의 분위기만 빌리고 그 곳에 새로운 코드를 담아내는 대신 원작을 현대적 화면에 담아내기만 한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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